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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와의 두 번째 만남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길 줄은 몰랐지

by 앨리스

8월의 마지막 주말, 우리는 속초로 향했다. 사실 우리가 국내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마침 리조트 회원권이 있어서 몇 달 전에 휴가 성수기를 피해 예약을 했던 것이었다. 그 때는 8월 마지막 주면 여유있게 속초를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IMG_20160827_103728.jpg 출발은 상쾌하게, 높고 푸른 초가을 하늘

출발은 순조로웠다. 무려 새벽 6시 반에 출발해 일부 막히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쌩쌩 달려 속초에 도착했다. 지난 번 포켓몬 때보다 비슷한 시간에 출발했는데도 휴게소에 도착하니 8시, 속초에 도착하니 10시였다. 이 때만 해도 역시 휴가는 남들 안 갈 때 가야한다며 우리 스스로 뿌듯해 하고 있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하고 싶었지만 체크인은 2시부터 된다고 했다. 뭘 할까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건 워터피아의 마사지샵! 게으른 여행을 지향하는 우리는 마사지를 받고 천천히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리조트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점심은 속초중앙시장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저번 여행 때 구석구석 보지 못한게 아쉽기도 했고, 따로 식당을 찾기도 귀찮았다.


IMG_20160827_131440.jpg 큰 기대 안했지만 정말 맛있었던 아바이순대
IMG_20160827_192437.jpg 거의 30분 기다려서 먹은 씨앗호떡.. 왜 줄을 서야 했는지 모르겠다

씨앗호떡이 유명하다고 해서 줄을 섰는데 호떡을 만드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서 거의 30분만에 이 호떡 1개를 맛볼 수 있었다. 맛이 엄청나게 기상천외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실망스러웠는데 줄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늘어나더라는... 속초 여행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음식이었다.




저 씨앗호떡 때문에 우리는 체크인 시작 시간에 맞춰 들어오지 못했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10번 이내의 번호표를 받은 보람이 사라진 것이다. 뒤늦게 체크인을 했더니 가장 끝 건물에 엘레베이터도 없는 4층 방을 배정받았다. (하아.... ) 이 방이 좋았던 건 소음도 별로 없고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IMG_20160827_144322.jpg 주차장 뷰지만 나름 저 멀리 산이 보이네

방에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워터피아 오후권 시작 시간인 4시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서 숙면을 취했다. 역시, 게으른 여행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낮잠은 필수적이다.




워터피아는 내가 처음으로 가 본 워터파크다. 원래 수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워터파크 안의 물이 깨끗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여름에도 워터파크를 가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큰 맘 먹고 가 봤는데, 가족 -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여행객에게 딱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물 깊이가 깊지 않았고, 따뜻한 물로 채워진 온천탕도 있었다. 참, 그리고 목욕탕처럼 열쇠를 손목에 차고 들어가는데 그 안에 돈을 충전해서 쓸 수 있는 것도 신기했다.


이것저것 다양한 시설들이 있고 간식을 사먹을 곳도 많았지만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파도풀, 놀이기구만 타고 얼른 이 곳을 빠져나왔다. (앞에 가족여행객들에게 적합한 곳이라고 썼지만 놀이기구는 의외로 무섭다.)





우리는 속초에 먹으러 온 것이 틀림없다. 다른 스케줄은 없어도 식사 스케줄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지난 번 속초 왔을 때는 당일치기 여행이라 저녁을 거하게 먹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속초만의' 무언가를 즐겨보기로 했다.


IMG_20160827_201432.jpg 엄청난 비주얼의 게찜

바닷가에서는 역시 해산물을 먹어야 한다며, 게찜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노량진수산시장과 비슷하게 게를 직접 고르고 그걸 요리로 내오는 구조다.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사장님이 직접 메인디쉬를 들고 오셔서 게를 효율적으로 먹는 법을 알려주시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리가 깔끔하게 다 잘려있어서 먹기도 편했다.





일요일 아침만 해도 걱정이 없었다. 남들보다 조금 서둘러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늦은 오후쯤이면 집에 도착해서 집 정리도 좀 하고, 다음날 출근 준비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강원도를 지나 경기도에 진입했는데 차가 엄청나게 막혀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해서 일부러 국도로 돌아왔는데도 30분간 차 바퀴가 거의 굴러가지 않는 그런 수준이었다. 출발한 지 5시간이 지나도록 우리는 길 위에 있었다.


IMG_20160828_184340.jpg 물론 이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IMG_20160828_190641.jpg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해가 지더라는
IMG_20160828_192842.jpg 스트레스에는 역시 소고리를 먹어줘야 한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이후 우리는 주말에 자동차를 타고 강원도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올 여름 속초 여행은 두 번 모두 우리에게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트라우마만 남겼다. 아, 역시 여행은 해외여행이 최고다. 9시간이면 유럽이나 하와이도 갈 수 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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