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왕궁, 요가원, 스타벅스... 아무것도 못 했지만 괜찮아
발리 결혼식 이야기에 언급했다시피 우리 부부는 지난 6월 말에 처음으로 발리에 다녀왔다. 휴가가 넉넉하지 않은 관계로 결혼식 포함해서 발리에 딱 3박 4일, 그중에 우붓에 1박 2일 있었고 이번에는 결혼식 끝나고 갔던 우붓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발리에 결혼식이 있다고 했을 때 우리는 '발리하면 우붓이지 (우붓에서 뭐하는지 정확히 모름), 우붓 한 번 가보자!'라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내 지인들은 우붓에 하루 있는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여행을 가기 전에는 괜히 비뚤어진 마음에 '아니 그게 뭐 어때서?'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나니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발리가 얼마나 큰 섬인지, 즐길거리가 많은지 모른 채 멋모르고 내린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발리 교통체증이 어마어마하다는 것까지 간과함...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적어도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건 알고 있었어야지...
얼마나 대책이 없었냐면 우붓 안에서는 그랩을 못 쓴다는 것도 발리에 가서야 알았다. (!!) 또 우붓까지 가는 것도 리조트만 믿고 택시 예약도 안 하고 왔는데 리조트에서 불러주는 차는 가격이 무려 50만 루피아... (약 42,000원) 다행히 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친구 분의 도움으로 여차저차 기사를 섭외했고 우리는 무사히 우붓 가는 길에 오를 수 있었다.
1시간 반쯤 지나서 우붓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초록초록'하다는 거였다. 발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그랬지만 유독 나무가 짙은 초록색인 느낌. 이제까지 내가 가 보지 못한 타입의 여행지에 들어온 것 같아 우붓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설렜다.
잠시 머무른 우붓의 숙소, Komaneka at Rasa Sayang
우붓에서 1박 2일,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만 24시간을 채 머물지 못하기 때문에 (.... 세상에) 숙소는 무조건 위치가 중요했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붓에서 위치가 좋다는 리뷰가 압도적인 'Komaneka at Rasa Sayang'을 예약했다. 명성답게 이 숙소는 몽키 포레스트 바로 근처에 있었고 걸어 다니기 좋은 길가에 위치해 있어서 근처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가기도 편했다.
방에 가방 놓고 옷만 갈아입은 다음 바로 몽키 포레스트로 향했다. 숙소랑 가깝기도 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딱 맞는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붓 여행 중 유일한 관광지 방문, 몽키 포레스트
몽키 포레스트 근처에 가니 원숭이들이 이미(?!) 길 밖에 나와있다. (반가워 친구들) 원숭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또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아서 사람 반 원숭이 반....
손바닥만한 아기 원숭이부터 느긋하게 앉아있는 중년 원숭이까지, 그야말로 원숭이 천국이었다. 두 손을 자유롭게 쓰는 모습이 마치 사람 같아서 웃음이 났는데 생각해보니 원숭이와 인간의 DNA는 95% 이상 일치한다고 하지 않는가! 원숭이들은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 인간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걸어서 우붓 한 바퀴
몽키 포레스트를 보고 나니 이른 저녁을 먹어도 될 만한 시간이 됐다. 이제 어딘가 찾아가는 건 무리고 그냥 천천히 걸어서 우붓 중심가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호치민에서 3보 이상 택시 (또는 오토바이)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꽤 힘든 미션이었지만 그랩을 부를 수 없는 우붓 안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우붓 오기 전까지 스쿠터 빨리 배우든가 해야지...
더우면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 구경하고, 지도나 리뷰를 보지 않은 채 걷기 시작했다. 호치민에서 온 우리는 길이 걸을 수 있는 상태라는 것과 구경할 가게가 많은 것에 매우 만족했다. 몇 년째 요가 초보인 나는 요가복 파는 곳마다 들어가서 마치 나를 한 순간에 멋진 요기니로 만들어 줄 것만 같은 요가복들을 집어 들었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우리의 속도대로 우붓을 즐겼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저 가방을 들고 흔들거리면서 걷다가 으슥한 길가의 양아치 원숭이에게 가방을 뺏길 뻔했다. 다행히 가방을 지켰지만 하마터면 나의 소중한 요가복들을 원숭이한테 강탈(...) 당할 수도 있었다. 찾아보니 실제로 우붓의 원숭이들에게 공격당하거나 물건을 뺏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조심 또 조심.
다음에 또 오자 다짐하며 맥주 한 잔
이번 우붓 여행은 24시간도 머물지 못해서 거의 당일치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찬양하는 우붓의 모습을 절반, 아니 10%도 보지 못한 기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건 한국보다 가까우니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다는 것?
꼭 다시 와야지, 발리
이번에 발리에 다녀오고 나서야 왜 이 곳이 한 달 살기의 성지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저렴한 생활비, 다양한 즐길거리 등등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섬 전체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우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한다면 한 번쯤은 발리에서 살아보고 싶은 기분.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