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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Dec 06. 2021

어느덧 런던은 크리스마스

내가 잊고 있던 낭만에 대하여

11월 중순에 잠시 한국에 다녀왔더니 영국은 완연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됐다.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마트부터 길거리까지 온통 크리스마스 물결로 뒤덮였고, 가는 곳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오는 시기. 


베트남에서도 크리스마스는 큰 행사이긴 하나 긴 연휴는 아니다. 가는 곳마다 사진 찍으라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게 돼 있고, 나도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보겠다고 아주 소박하게 장식을 하거나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시즈널 음료를 사 먹기는 했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 한낮 기온 30도인데 눈 쌓인 장식을 보고 있자니 아주 약간 계절감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3년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는 오랜만에 코 끝 시린 겨울을 맞았다. (여름나라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록)


작년, 베트남 호치민에서 찍은 크리스마스 장식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 여기서는 가짜 나무가 아니라 진짜 전나무를 판매하고 그걸 또 사다가 집에 들여서 장식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릴 때 영화에서나 보던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진짜 나무였다니! 진짜 나무는 밑동이 없는 채로 파는 거라 나무를 세울 수 있는 트리 스탠드라는 물건을 또 같이 판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팔아서 자기 취향대로 꾸미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점. (물론 엄청 큰 트리에 오너먼트 한 가득 달자면 돈이 많이 들겠지만...) 


Farm shop에서 본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

이제껏 크리스마스 장식 보면 '와 예쁘다' 정도의 감탄이었는데 영국에 와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내 마음까지 같이 설레는 기분. 크리스마스 트리나 리스 사다가 놓는 것, 어드밴트 캘린더를 사서 12월 1일부터 하나씩 뜯는 재미, 가족과 친구들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하는 것, 크리스마스 저녁 약속 차근차근 잡아두는 것 등등. 


어릴 때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이 제일 기다려졌었는데, 어느 순간 크리스마스 하면 그냥 휴일 아니면 어딜 가나 사람 많은 성수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니면 올해도 이렇게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라든지. 


사실 나도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잔뜩 하고 싶었지만, 기껏해야 한 두 달 즐길 장식을 위해 돈 쓰고, 청소 걱정하고, 시즌이 지나고 나서 보관할 걱정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현실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걱정부터 하는 나 자신이 약간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졌다. 어쨌든, 올해는 새로운 나라에 와서 적응하느라 고생했으니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마음껏 즐겨보기로 했다. 어딜 가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꼭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으니! 


우리 집 크리스마스 코너

마트에만 가도 작은 크리스마스 화분이나 어드밴트 캘린더는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포인세티아 화분은 3파운드, 미니 크리스마스 트리 화분은 12파운드 (라이트 포함), 페레로로쉐 어드밴트 캘린더는 10파운드. 불 들어오는 크리스마스 컨셉 조형물(?)도 3개 세트에 20파운드 미만의 저렴한 것들이다. 나중에 내 집이 생기면 그때 좀 더 욕심 내 보는 것으로! 


덧) 런던의 크리스마스 풍경


포트넘 앤 메이슨
코벤트가든
피카딜리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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