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2017년 6월이면 내가 이 회사를 다닌 지 만 3년이 되고, 소중한 1달 안식휴가를 받을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긴 시간동안 리프레시를 할 수 있다는 건 다시금 생각해 봐도 정말 매력적인 복지제도다. 언제 1달 휴가를 쓰면 좋을지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날씨 좋은 6월에 휴가를 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나는 입사한 지 만 3년이 되는 그 날부터 바로 긴 휴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대부분 그렇듯, 긴 휴가하면 바로 여행이 떠오른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남편과 의미있는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많은 후보지가 있었지만 연차 휴가를 소진해야 하는 남편을 고려해서 8~10일 이내에 둘러볼 수 있고, 최대한 로컬처럼 지낼 수 있는 장소로 정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한참 고민하다 떠오른 곳은 북유럽! 그 중에서도 오슬로와 헬싱키를 여행지로 정했다. 두 도시 모두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나는 오슬로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지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에서 지냈던 시간이라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 때 만났던 친구가 결혼해서 오슬로에 거주하고 있는데, 간만에 부부동반으로 만나면 이 또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헬싱키는 남편이 잠시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무민의 고향이기도 하다. 좀 더 나아가 덴마크의 레고랜드도 여행 루트에 포함하려고 했지만, 여행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제외했다. (나고야에 레고랜드가 생겼으니 거길 가지 뭐.)
30일 중 10일은 북유럽 여행으로 보내고 나머지 20일은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에 가만히 있는 건 또 내 정서에 맞지 않아서 커피 클래스니 수영강습이니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그 때.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같이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나도 잘 기억이....)
엄마와의 유럽 여행을 마음먹고나니 결정해야 할 것이 많았다.
- 자유여행이냐, 패키지여행이냐
- 유럽 왕복을 한 번 더 할 것이냐, 현지에서 합류할 것이냐
- 유럽 여행 중 어떤 도시로 갈 것이냐
-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냐
다행히 엄마가 빠른 결정을 내려 준 덕분에 우리 모녀는 3개국 패키지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나는 유럽 왕복을 한 번 더 했다가는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아서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이 결정이 나중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줄은 몰랐지...)
엄마와 내가 선택한 패키지 여행 >
http://www.hanatour.com/asp/booking/productPackage/pk-12000.asp?pkg_code=EWP301170623OZS
다행인 건 내가 파리는 2번 다녀왔지만, 이탈리아나 스위스의 다른 도시는 가 본 적이 없으니 이 기회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내가 길을 찾거나 숙소/식당을 예약하지 않아도 되고 이동 시간이 길기는 해도 짐을 다 끌고 다니진 않아도 된다는 거! 기존 내 여행 스타일하고는 맞지 않지만, 엄마와의 여행에는 이런 것도 필요하다.
패키지 여행을 현지에서 합류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내가 기존에 끊어놓은 오슬로 왕복 (헬싱키 스탑오버) 티켓을 변경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탑오버는 5일까지만 가능해서 그 사이 패키지 여행을 하고 다시 헬싱키로 돌아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던 계획은 바이바이. 결국 나는 인천 - 오슬로 / 오슬로 - 헬싱키 / 로마 - 인천 비행기 티켓을 따로 끊고 기존 티켓을 취소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남편하고는 오슬로에서 만나 헬싱키에서 헤어지고, 엄마하고는 파리에서 만나 로마에서 헤어지는 스케줄이 나왔다.
엄마와의 유럽여행을 미리 계획했더라면, 이런 괴랄한(!) 스케줄과 취소수수료도 나오지 않았겠지만 사람 사는 게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결론적으로는 잘 해결되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의 1달 휴가 중 2주는 이렇게 채워졌고, 나머지 2주는 무엇을 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남은 2주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