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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휴가 계획하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by 앨리스

2017년 6월이면 내가 이 회사를 다닌 지 만 3년이 되고, 소중한 1달 안식휴가를 받을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긴 시간동안 리프레시를 할 수 있다는 건 다시금 생각해 봐도 정말 매력적인 복지제도다. 언제 1달 휴가를 쓰면 좋을지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날씨 좋은 6월에 휴가를 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나는 입사한 지 만 3년이 되는 그 날부터 바로 긴 휴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1달 간 휴가가 주어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 그렇듯, 긴 휴가하면 바로 여행이 떠오른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남편과 의미있는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많은 후보지가 있었지만 연차 휴가를 소진해야 하는 남편을 고려해서 8~10일 이내에 둘러볼 수 있고, 최대한 로컬처럼 지낼 수 있는 장소로 정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한참 고민하다 떠오른 곳은 북유럽! 그 중에서도 오슬로와 헬싱키를 여행지로 정했다. 두 도시 모두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20091004152156_24953429.jpg Sognsvann: 여기 꼭 다시 가보고 싶다!


나는 오슬로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지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에서 지냈던 시간이라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 때 만났던 친구가 결혼해서 오슬로에 거주하고 있는데, 간만에 부부동반으로 만나면 이 또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헬싱키는 남편이 잠시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무민의 고향이기도 하다. 좀 더 나아가 덴마크의 레고랜드도 여행 루트에 포함하려고 했지만, 여행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제외했다. (나고야에 레고랜드가 생겼으니 거길 가지 뭐.)


예상치 못한 계획 변경


30일 중 10일은 북유럽 여행으로 보내고 나머지 20일은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에 가만히 있는 건 또 내 정서에 맞지 않아서 커피 클래스니 수영강습이니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그 때.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같이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나도 잘 기억이....)


엄마와의 유럽 여행을 마음먹고나니 결정해야 할 것이 많았다.

- 자유여행이냐, 패키지여행이냐

- 유럽 왕복을 한 번 더 할 것이냐, 현지에서 합류할 것이냐

- 유럽 여행 중 어떤 도시로 갈 것이냐

-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냐


다행히 엄마가 빠른 결정을 내려 준 덕분에 우리 모녀는 3개국 패키지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나는 유럽 왕복을 한 번 더 했다가는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아서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이 결정이 나중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줄은 몰랐지...)


엄마와 내가 선택한 패키지 여행 >

http://www.hanatour.com/asp/booking/productPackage/pk-12000.asp?pkg_code=EWP301170623OZS


다행인 건 내가 파리는 2번 다녀왔지만, 이탈리아나 스위스의 다른 도시는 가 본 적이 없으니 이 기회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내가 길을 찾거나 숙소/식당을 예약하지 않아도 되고 이동 시간이 길기는 해도 짐을 다 끌고 다니진 않아도 된다는 거! 기존 내 여행 스타일하고는 맞지 않지만, 엄마와의 여행에는 이런 것도 필요하다.


우리, 유럽에서 만나


패키지 여행을 현지에서 합류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내가 기존에 끊어놓은 오슬로 왕복 (헬싱키 스탑오버) 티켓을 변경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탑오버는 5일까지만 가능해서 그 사이 패키지 여행을 하고 다시 헬싱키로 돌아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던 계획은 바이바이. 결국 나는 인천 - 오슬로 / 오슬로 - 헬싱키 / 로마 - 인천 비행기 티켓을 따로 끊고 기존 티켓을 취소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남편하고는 오슬로에서 만나 헬싱키에서 헤어지고, 엄마하고는 파리에서 만나 로마에서 헤어지는 스케줄이 나왔다.


스크린샷 2017-04-24 오후 5.54.33.png 우리.. 같이 여행하는 거 맞지...?


엄마와의 유럽여행을 미리 계획했더라면, 이런 괴랄한(!) 스케줄과 취소수수료도 나오지 않았겠지만 사람 사는 게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결론적으로는 잘 해결되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의 1달 휴가 중 2주는 이렇게 채워졌고, 나머지 2주는 무엇을 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남은 2주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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