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상같은 북유럽 여행을 만들어 준 에어비앤비 세 곳

더욱 로컬 사람들처럼 지낼 수 있었어

by 앨리스

여행은 비행기 티켓과 숙소만 정하면 다 끝이라고들 한다. 나도 그 의견에 매우 동의하는 편인데, 그만큼 그 두가지는 여행에서 지출 금액 비중도 크고 여행 전반에 대한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우리의 북유럽 여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오슬로와 헬싱키에서 머물 숙소를 찾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원래 우리 부부는 결정장애와 거리가 먼 편이다. 쇼핑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집을 구할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맘에 들면 바로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 북유럽 여행 숙소는 우리의 지난 수많은 결정들과는 조금 성격이 달랐다.


일단 두 곳 모두 잘 알다시피 물가가 엄청 비싼 도시다.


평소같으면 호텔스닷컴이든 에어비앤비든 적당히 추천 랭킹 높은 곳을 선택했을텐데, 오슬로와 헬싱키 모두 에어비앤비 방 자체가 많지 않았다. 얼마 전 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방콕을 다녀와서 그런가, 그 차이가 더욱 크게 와닿았다. 그렇다고 시내에서 호텔을 잡기에는 가격도 비싼데다 요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외했다. (...대학생 때처럼 호스텔을 갈 수도 없고...)


몇 주에 걸쳐 머리를 맞대 고민을 한 끝에, 적당한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 에어비앤비 세 곳에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1. 오슬로 (National Theatre 역 근처)

https://www.airbnb.co.kr/rooms/14335912

(앗, 지금 보니 호스트가 이 숙소를 삭제했거나 off 처리한 것 같다. 페이지가 열리지 않네...)


이 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위치'가 좋아서였다. 방콕은 물가가 저렴해서 꼭 지하철역 근처에 숙소를 잡지 않더라도 택시 타고 다니기에 큰 부담이 없었지만, 오슬로에서는 그랬다간 파산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최대한 번화가와 인접하고 지하철역이 가까운 곳에 있는 숙소를 찾아보았다.


공항에서 NSB를 타고 National Theatre 역까지 갔는데, 호스트 부부가 플랫폼에 나와있었다. 짐도 들어주고 친절했던 호스트에게 매우 감동! 역에서 에어비앤비까지는 걸어서 5분 이내. 오피스텔 같은 건물이었는데, 근처에 마트도 있고 동네도 매우 깔끔했다.


20170615_232614 (1).jpg 거실과 침실이 구분되지 않은 원룸형태

매우 넓지는 않지만 둘이 이틀 밤 지내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현관에 들어서면 부엌이 있고, 화장실이 보인다. 그리고 침대 너머로 거실이 있는 구조. 이케아가 떠오르는 스칸디나비안 인테리어까지는 아니어도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 집에서 두 번이나 음식을 해 먹었다.


20170616_191853.jpg 저녁식사, 파스타와 샐러드 그리고 과일 & 주스
20170617_084404.jpg 아침식사, 파스타와 달걀요리 그리고 빵과 요거트 & 커피

부엌이 굉장히 잘 갖추어져있어서 근처 마트에서 식재료만 사오면 바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물가가 비싼 북유럽이지만 장보기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편이라서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게다가 페트병을 반납하면 pant 라고 해서 1크로네 정도를 바로 돌려준다. pant가 꽤 쏠쏠했던 기억.


20170616_221759.jpg 백야를 즐기는 오슬로 사람의 방... 하지만 지금 시간 밤 10시

하지만 놀랐던 건 대각선 윗집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오밤중에 (사진을 보면 전혀 오밤중 같지않지만 백야라 이미 저 때는 밤 10시 넘은 시간이었다.) EDM 음악을 시끄럽게 듣고 있었다는거다. 선진국(!)이라는 노르웨이에서 왜! 밤에 음악을 시끄럽게 듣는건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만큼 이들에게는 여름이 짧으니,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큰 거라 생각하고 우리 부부는 넓은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하기로 했다.


2. 투르쿠 (투르쿠 역 근처)

https://www.airbnb.co.kr/rooms/13827727


이 에어비앤비를 잡은 것도 오로지 '위치' 때문이었다. 우리는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투르쿠로 넘어가야했고, 기차로 이동하니까 최대한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 이 곳을 선택했다. 여기도 걸어서 5분 이내. 투르쿠 역에서 2블록 정도만 가면 된다.


20170619_155104.jpg 여성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던 곳

이 곳의 호스트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본인이 진짜 살던 곳을 잠시 내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느낄 만했던 것이 그녀의 짐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 옷을 어딘가 한 곳에 몰아뒀거나, 욕실용품 등에서 그녀의 생활 패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방은 원룸이었지만, 그녀가 아기자기하게 꾸며둔 것들이 매력적이었다.


20170620_102724.jpg 식탁에 코튼볼까지, 너무나 예쁘다!
20170619_204525.jpg 로컬처럼 살기 끝판왕, 드라마 보기

게다가 그녀의 집에 있는 TV가 스마트 TV라 USB에 드라마 파일을 넣고 재생하니 이 곳이 바로 '우리 집'처럼 변했다. 이국적이고 낯선 곳이지만 남편과 함께 우리 집 거실에서 하던 것들을 하고 있자니 정말 이 곳에 사는 느낌이었달까.


3. 헬싱키 (kamppi 지역)

https://www.airbnb.co.kr/rooms/17834020

헬싱키에서 에어비앤비를 찾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역시 물가가 꽤 비싼 편이었고, 위치가 편한 곳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정한 이 곳은 헬싱키 중앙역에서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리지만,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20170620_194858.jpg 북유럽 느낌나는 방

1층에서 옛날 유럽식 엘리베이터 (쇠창살 열고 엘리베이터 탄 다음 닫으면 운행되는...)를 타고 올라가면 우리가 이틀 간 묵은 집이 나타나는데, 거실+침실과 화장실이 분리돼 있는 곳이었다. 방 크기는 헬싱키의 에어비앤비보다는 컸지만 오슬로의 에어비앤비보다는 작았다. 그래도 부엌에 세탁기(!)까지 있을 건 다 있었다. 덕분에 여기에서도 간단히 요리를 하고, 밀린 빨래를 하기도 했다.


20170622_203143.jpg 중국음식 테이크아웃 해서 먹기

이 에어비앤비 근처에는 유독 일식집, 중식집이 많았는데 근처에 동양인이 많이 사는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오슬로에서보다 추운 날씨 때문에 우리는 오들오들 떨면서 일식집에서 덮밥을 먹기도 하고, 중식 집에서 따끈한 음식을 테이크아웃해서 먹기도 했다. (테이크아웃 하니 할인을 해줘서 비싼 헬싱키 물가 대비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가격대였다.)


20170622_205325 (1).jpg 무민 전리품 최종본

우리 여행의 마지막 숙소여서 '무민 덕질'의 최종 정리를 이 에어비앤비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게으른 우리 부부지만 이번 여행은 무민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숙소에서는 거의 저녁 먹고 잠 잔 것밖에는 없어서 크게 불편한 건 없었지만.... 화장실이 너무 작았다. 덩치 큰 서양 사람들은 그 안에서 씻지도 못 할 것 같은 느낌. 심지어 변기와 샤워부스가 한 공간에 있고, 내 몸에 비누칠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 이 에어비앤비 후기에도 다들 화장실이 작다고 한다. 다음에 에어비앤비를 잡을 때는 화장실 크기를 꼭 살펴봐야겠다, 할 정도로 화장실에 대한 인상이 강렬했다. (심지어 홍콩에서 갔던 에어비앤비보다 화장실이 불편했음.)



에어비앤비는 호텔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를 기대하면 바로 실망할 수 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하루 이틀 정도 보내보고 싶다, 특히 여행 기간 중에 요리를 하고 싶다면 에어비앤비를 추천한다. 하지만 요즘 에어비앤비에 불미스러운 일들 (몰카라든지, 도난이라든지 등등)이 많으니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챙겨 와서 뿌듯했던 물건 10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