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일기, 1월 18일
[사진설명] 우리 집 고양이 도미가 출근 준비하는 집사의 모습을 감시하고 있다.
우리 집에 고양이 '도미'가 같이 살게 된 지 3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고양이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좌충우돌했지만 이제야 조금 도미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떤 상태인지 대강 알 수 있게 됐다. 기본적으로 배고프거나, 심심하거나, 애정이 필요한 경우는 몸짓 언어로 표현을 하기 때문에 도미의 생각에 맞춰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챙겨준다.
예를 들어 밥그릇에 밥이 없고 배고플 때는 사료가 나오는 수납장 문 앞에 앉아서 나를 보며 애처롭게 야옹야옹하고 운다. 그 위치가 밥 나오는 자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우리가 간식을 줄 때 '앉아' (사진 속 자세)를 지시한 적이 많기 때문에 그 앞에 앉아있으면 밥을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내 무릎에 앉아 골골거리다가도 내가 원하지 않는 곳을 만지거나 지나치게 많이 쓰다듬을 때는 바로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여기서 계속하면 그 손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물리거나 발톱으로 긁힌다.
냥바냥(*냐옹이 바이 냐옹이: 고양이마다 케이스가 다르다는 의미로 씀) 이겠지만 적어도 도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안다. 집사가 알아듣지 못해 문제이긴 한데, 뭔가 불편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름대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인데, 정작 고양이들끼리는 '야옹야옹'하는 소리를 많이 내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하고 지내면서 의사표현을 할 때 '야옹' 소리를 많이 낸다는 것. 실제로 도미와 내 동료의 고양이를 만나게 해 준 적이 있었는데 첫 만남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둘은 '야옹' 소리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하악!'하면서 위협하는 소리를 내긴 했어도... (참고: 고양이 울음소리의 의미)
고양이의 야옹야옹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필요할 때는 의사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내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다 보니 지금도 불편한 기색을 바로 표현하는 게 어딘가 어색하고 어렵기만 하다. 순간 불편한 생각이 들어도 무의식 중에 자기검열을 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오히려 적절하게 표현해야 할 시점을 놓쳐버려서 나중에 말하기 더욱 애매해지는 케이스를 많이 경험했다. 필요한 건 그때그때 얘기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우리 집 고양이처럼.
+ 같이 읽으면 좋을 글: 고양이는 싫다고 말할 줄 안다... 그처럼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