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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an 20. 2018

#자소서 #자기소개 #나는누구인가

세 번째 일기, 1월 20일 

[사진설명] 오늘의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오늘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성공.


#제주도 #고향

나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20살 이후부터는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지냈다. 이제 고향을 떠나 생활한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제주도보다는 이 곳이 더욱 익숙하다.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제주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사투리 쓸 줄 아냐', '제주도 맛집 알려달라', '제주도에 좋은 숙소가 어디냐'라고 묻는다. 제주도 사람에 대한 인상이란 이런 것일까. 표준어와 전혀 다른 말을 쓰고 관광하기 좋은 도시에 사는 삶? 육지(!)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나는 그저 평범한 도시에서 아파트 단지에 살며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내가 학창시절을 보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지금처럼 핫플레이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맛집 정보는 알 리가 만무했다. 또 숙소 정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집 외의 다른 장소에서 묵어본 적이 없으니 전혀 알 수가 없는 정보다. 


나도 이제 제주도에 가면 검색에 의존해서 돌아다닌다. 엄마아빠가 알려주는 정보도 있지만 '요즘 사람들'이 주목하는 곳에 대한 정보는 엄마아빠보다도 인스타그램이 더욱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에 비춰진 것처럼 외계어같은 사투리는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사람들은 표준어를 많이 쓰고 억양이나 몇 가지 단어만 사투리로 말할 뿐이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말하는 100% 사투리를 듣고 이해하는 건 가능하지만 똑같이 말할 수는 없다.) 여튼 이제는 내 고향이 좀 낯설기까지하다. 이 도시에 어렸을 때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정작 나도 집에 가기가 쉽지 않다보니 더 멀게 느껴진다. 


#문과생 #국문과 #신방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겠지만 대학교와 전공을 선택하는 데에 나의 자유의지보다는 그 당시 내가 처한 상황이 더욱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능 점수가 나오고 나서 내가 갈만한 학교가 그 곳이었고, 인문계열로 입학해서 갈 수 있는 학과는 또 한정적이었다. 외국어는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으니까 어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국문과를 선택했는데, 전공수업을 듣다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내 전공책은 조사 빼고 전부 한자로 된 경우가 많았고, 한글로 쓰여있긴 한데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들이 수두룩했다. 거기다 읽어야 할 텍스트의 양은 얼마나 많은지 밤새 읽어도 끝이 안나고 오픈북 시험을 봐도 정확한 답안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질리도록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다행히 내가 다녔던 학교는 복수전공 제도가 잘 돼 있어서 두 개의 전공을 갖고 졸업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막연하게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냥 수업이 재밌어 보여서 신방과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결과적으로도 원전공보다 복수전공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학교 다니는 재미를 느꼈던 시간들이었다. 그렇다고해서 그 때 배웠던 내용들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PR #홍보 #마케팅

나는 첫 사회생활을 홍보회사에서 시작했다. 이 곳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할 지는 처음에 잘 몰랐지만 들어가고나서 휘몰아치는 일 속에 나름 잘 적응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첫 사회생활이기도 했고,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열정이 넘쳤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했었다. 보도자료를 써서 미디어 릴리즈를 하거나, SNS 채널을 관리하기도 하고, 행사 준비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눈코뜰새없이 바쁜 날이 대부분이었고 날이 바뀐 다음 혹은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퇴근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20대 때 일이었으니 몸이 지친 것도 잘 몰랐었다. (지금 그렇게 일하라고 하면 바로 몸져 누울 듯) 


#IT #서비스기획 

지난 내 커리어와 다르게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쯤 나는 IT회사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IT 서비스의 마케터로 지원했지만 (이건 나름 연관성 있는 업무기도 하니까) 2차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의 다른 직군 업무는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아예 새 출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OK를 했고 그 후 나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광고사업부에서 상품 운영을 맡았다. 손이 좀 많이 가기는 했지만 IT회사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버는지 대략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조직에 변화가 있었고 그 후에 광고플랫폼과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맡았다. 사실 내가 광고 관련 일을 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난이도가 있는 일을 하려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이 분야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라 나하고는 레벨 차이가 천지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좌충우돌하면서 나름의 내 역할을 수행했었는데, 이 때 내가 일을 잘 했냐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YES라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후 또 조직에 변화가 생겨서 나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게 됐다. (이게 이 회사 입사하고서 불과 1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 출시한지 2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서비스였는데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서포트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을 하고 보니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업무할 새도 없고 빨리 눈 앞에 떨어진 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사이 나는 CS 처리부터 시작해서 몇 가지 기능을 기획해서 서비스에 반영하는 일을 했다. 그 중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도 있었고, 우리가 필요로 해서 넣은 것들도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일을 시작했던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일을 배웠던 경험도 없다보니 아직까지 약간의 컴플렉스가 있다.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을까?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일까? 올해는 컴플렉스를 좀 극복하고 싶은데 내 맘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여행자 #여행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사회생활 시작하고서 어느정도 돈이 생기고 난 다음부터는 매년 한 번이상은 꼭 멀리 여행을 떠나야 직성이 풀린다. 덕분에 저축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결혼하고서 내게 꼭 맞는 여행 파트너가 생긴 다음부터는 예전보다 더 자주 여행을 다니게 됐다. 생전 처음 보는 나라에 발을 딛는다는 것, 이국적인 도시에서 온전한 이방인이 되는 것, 현실에서 완전히 로그오프 하는 것 모두 여행의 매력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과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도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얕은덕질 #디즈니 #무민 

보통 덕질이라고 하면 특정 분야에 완전히 몰입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데, 나는 좋아하는 것들이 꽤 많은 편이다.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깊지만 '덕후'라고 하기엔 얕은 정도의 관심을 갖는 분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디즈니와 무민이 있는데 진성 덕후들에 비하면 매우 소소한 수준이다. 굿즈를 사거나 지나가다 관심이 있으면 발걸음을 멈춰서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정도? 여행갈 때 디즈니나 무민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는 정도의 아주 얕은 덕력을 갖고 있다. (쓰고보니 그냥 덕후인 것 같기도 하고) 


#고양이 #집사 #초보집사

나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본격적으로 우리집에서 키우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보호소에서 입양한 두살 추정 '도미'와 함께 살고 있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고양이가 요즘은 자기 성질을 있는대로 부리는 것 같아서 심란해하고 있다. 내 사진첩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 많이 설명하지 않아도 고양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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