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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바다 한 가운데 Nov 15. 2020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카오스 시스템 속에 초끈이론

그 바이러스 때문에 너무 집에만 있었다. 바깥 구경하면서 책도 읽을 겸 카페에 왔다. 마스크 때문에 영 불편하지만, 바깥에 나오니 좋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작은 사이즈 한 잔이요." 나는 카드를 건넨다. "결제 불가입니다. 다른 카드 없으신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다른 카드를 건넨다. 그 또한 '결제 불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우선 현금으로 계산하고 보자.


도통 알 수가 없다. 똑똑한 휴대폰으로 내 계좌를 확인해 보는데,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 다시 한번 눈 씻고 찾아봐도 정보가 없다고 한다. 당장 은행으로 전화를 걸려고 하는 순간, 옆자리에서 가늘고 쨍쨍한 소음이 들려온다. "돈이 사라졌어.."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데이터로 남겨진 '돈'을 잃어버린 듯하다.


은행에 전화해보니 연결 불가.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 봐야겠다. 자리를 박차고 달려가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사고 현장' 2중, 3중,..., 다중 추돌사고. 신호등이 아주 빠른 리듬 속에서 춤을 추듯 바뀌고 있다. 일단 우선 은행을 가보자...


아비규환.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참상, 미세한 입자들이 굉장히 복잡하고, 무작위적이지만 그 속에서 같은 행동을 하는 '카오스 운동'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렇게 움직일 듯싶다. 그곳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안내방송.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침투로 인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었습니다. 현재 온 힘을 다하여 복구 중이니 차분히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뉴스에서도 계속 속보로 보도되고 있다. "참혹한 현장입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금융권을 시작으로, 도로 교통, 난방 장치, 상수도 시설 또한 현재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이죠. 미국은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제3세계 국가로 전락해 버릴 겁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난리였던(지금도 난리인) 지구는 이제 2진수와 알파벳의 마구잡이 조합으로 나타나는 바이러스로 난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실존하는지조차 믿을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류는 재앙의 길로 접어든다.




인류의 발전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동시에 우리를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힘이 세지면 취약성도 그만큼 커지게 되죠.

-대통령이 사라졌다(2권), P.23


인류는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 3가지 혁명을 이루어냈고, 또 다른 혁명의 길 위에서 빠르게 발전 중이다. 그리고 인류는 과거 바꿀 수 없다고 정의했던 것을 차차 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우주 속 모든 현상, 운동을 우리가 만든 언어로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그 노력은 쉽게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아주 작은 변수 하나만 잘 못 입력하면 혼돈 속에 빠지게 되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마치 중국 북경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키듯이...


With VIRUS


이제는 실존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알약과 V3가 바이러스를 찾았다고, 치료하라는 알림 창이 친숙하다. 나는 바이러스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본 적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사물을 본다'라는 것은 빛의 입자가 물체의 입자에 부딪히는 순간 반사되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빛의 입자가 물체의 입자를 가격하는 순간 그 물체는 그곳에 있지 않게 된다. 즉, 눈으로 본다고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실존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없다.


1,000억 개 은하계 아래, 1,000억 개의 항성계 중 태양계에 속한 지구. 그곳에 사는 우리는 우주가 볼 수 있는 존재인가?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 입장에서는 우리가 '바이러스'일 것이다.


측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소중함을 알아채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P.372


인간관계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끈'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까움의 정도에 따라 '끈'의 굵기와 당김의 세기 또한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끈'이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도 않는다고 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듯하다. 뉴스에서 보는 끈을 잘라내는 끔찍한 사건들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 있어서 끈을 푸는 일까지...


끈으로 이어진 우리가 함께 저항한다면, '바이러스'도 무서워 도망치지 않을까? 관계 속에서 백신을 찾기를 바라본다.



매일 아침 출근해 오늘은 또 누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신을 상상해 보십시오.

-대통령이 사라졌다(2권). P.306-




<참고문헌>

1. 대통령이 사라졌다. (1권, 2권)


2.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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