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길이 될 때.
가장 먼저 눈 뜬 햇살이
잎새마다 작은 기도를 건넨다.
달리기를 시작하는 이의 이마에
오늘도 괜찮다고
빛으로 도장을 찍는다.
고요는 흐르는 물 위에서 먼저 깨어나
자신을 비추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하루의 시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호흡 하나, 걸음 하나에 깃든
조용한 예의임을
작은 습관이 큰 날개를 달 때
인생은 서서히 방향을 튼다.
이불을 개고, 문장을 필사하고
길 위를 달리는 그 순간들이
스스로를 일으키는 부드러운 반란이다.
이 길은 누구의 길도 아니다.
걷는 이마다 자신의 상처를 데리고
다시 살아보자며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길은 점점
위로로 채워진다.
세상은 아직 어둡다 말할지 몰라도
우리는 이미 걷고 있다.
빛이 길이 될 수 있음을 아는 사람만이
먼저 걷는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또 누군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