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부공무원 내전

라떼는 말이야! NO 라떼파파는 말이야! YES

by 맨부커
아빠의 육아 참여는 맞벌이 부부에게 생존을 위해 자가 호흡이 필요하듯 가정을 위해 아주 필수적인 행위이다.


'라떼파파'라는 용어가 친숙한가? 아니면 불편한가?


말과 글에는 평소 나의 정신과 마음의 방향성이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육아 관련 단어들의 수용적 태도에 따라서 아빠 육아 참여의 관심과 의지, 적극성을 어느 정도는 추측해 볼 수 있다.


나는 라떼파파 꽤 친숙한 편이다. 솔직히 남들보다 좀 더 육아를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나의 발자취를 보면 어렵지 않게 외관상으로는 그런 결론이 도출된다.


1. 아빠 육아휴직을 통해 공동육아를 행동으로 실천했다.

2.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와이프와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 장소 사진들을 정리해서 육아 일기책을 발간했다. (초등학생이 된 아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3.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에 선정되어 활동했다.

4. 초등학교, 유치원 학부모 설명회, 자녀 상담에 엄마 대신에 아빠가 적극 참여한다.

5. 평일 5일의 대부분은 저녁밥을 아빠가 차려준다.

(육아휴직기간에만 가능, 물론 반찬 가게도 적극 이용한다.)

6. 아빠 육아 고수들의 카페에 가입해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최신 육아 정보를 습득하며, 라떼파파 관련 책들을 5권 이상 밑줄 치며 읽었다. (내 삶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7. 2023년 최신 달력을 가족사진과 글로 꾸며서 만들었다.


육아든 운동이든 공부든 든지 더 좋은 방향으로 하고자 하는 삶의 열정과 관심, 해내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련도는 시간의 마법 같은 보상을 받기 마련다.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 이상 '라떼는 말이야' '남자가 말이야' 이런 시대에 맞지 않는 무책임한 말은 듣지도 말하지도 말자. 박육아는 엄마, 아빠, 조부모, 보육 담당자 등 그 누구에게나 똑같이 차별 없이 위험하다.


육아는 쉬어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핵심이다.


솔직히 고백한다. 처음 육아의 시작은 지적허영심처럼 전통적 남성문화중심의 카르텔을 깨부수는 진보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바라고 소비하는 젊은 아빠의 철없는 허영심이 한구석 숨어 있었다. 나르시시즘의 부작용인가.


햇빛이 내리쬐는 나른한 오후, 여유로운 표정과 잘 관리된 근육질 몸매로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스키니진과 하얀 운동화, 청자켓을 걸친 채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무심하게 끄는 모습,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상상 속에 모습 말이다. 상상!!

30대 초반 꿈을 실현했지만, 상상 속의 모습과 현실은 냉혹하게 달랐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은 전혀 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우는 건지? 마땅한 합리적 이유도 우리 부부는 알지 못한 채, 울고 불고 떼쓰는 아이들을 달래 고 때론 무릎 꿇고 사정해 가며 옷을 갈아입혔고 먹고 입히고 재울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만 챙기는 데에도 이미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 살찐 배와 등에는 항상 식은땀이 흘렀다.


그나마 아들은 옷 입는 것에는 관대했고 승낙의 절차는 수월 했다. 하지만 딸은 엘사니, 시크릿쥬쥬니, 백설공주니 이런 캐릭터 옷들을 하나하나 걸쳐 입어보면서, 울음이라는 신호로서 우리에게 신속한 교체를 지시했던 것이다.


바깥 외출을 위해 네 명의 가족구성원이 온전한 완전체로 문밖을 나서는 것조차 힘이 든다는 사실을 나는 육아를 하면서 깨달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만큼이 나의 세계다.' 육아의 힘듦을 알고 직접 체득한 이상 외출할 때마다 정신이 반쯤 나가는 측은한 아내를 보고 남편으로서, 육아공동책임자로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직무태만이 아닌 고의성을 가진 직무유기가 성립되어버리는 것이다.


나의 로망은 현실의 무게감에 저 멀리 사라졌지만 퇴근길에 비상등을 켜고 커피점에 잠시 들러서 아내의 지친 손위에 갓 볶은 커피를 내린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미소와 함께 살포시 내려놓는다. 아내가 시들어 있다가 다시 사랑의 양분을 흠뻑 머금고 푸르름으로 살아난다.


함께 공동육아하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아픔을 보듬고 서로를 위로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나는 참 좋다.


'남자가 말이야' 보다는 '육아가 말이야'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더 아름답다.


어떤 고통도 아픔도 즐거움도 가족들과 함께 느끼고 함께 걸으며 활짝 웃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고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의 순간들을 온전하게 함께 누리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이고 진정한 가족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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