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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Dec 01. 2023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매일 초심으로 돌아가자.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순간들이 있다.

처음으로 회사 퇴사를 결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날, 시골에서 상경하여 노량진 공무원 학원에 처음 등록한 날,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독서실을 수소문하여 결국 등록한 날, 막연한 목표로 했던 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날, 첫 출근을 한 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을 한 날, 사랑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난 날, 살아가는 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의미 있고 소중한 순간들이다.

어쩌면 우리는 힘들 때첫 순간들의 강력한 힘으로

삶을 버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교행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을 기억해보고자 한다.


어쩌다 교행, 벌써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다.

나는 대학 졸업반 시기에 운 좋게 바로 취업이 되어 2년 정도 회사 생활을 했다.


남들보다 빨리 취업을 한 탓일까? 아님 첫 직장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을까? 표로 했던 곳은 아니었기에

 더 나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 사진설명: 7~9급 공무원 경쟁률 추이-


때마침 2011년 공무원 광풍이 불었고 나는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폭풍 속으로 뛰어들 결심을 했다. 어려울수록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2011년은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가장 높을 때이다. 소위 상투를 잡고 공직에 들어왔는데 불과 10여 년 만에 반에 반토막이 났다. 세상의 흐름은 항상 변한다.


퇴근하고 밤늦게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피곤할수록 희한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미치도록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살아오면서 처음이었다.  


아무튼

그런 마음이 불쑥 찾아왔던 시기였기에 경쟁률이 치솟고 누구에게나 인기 있던 공무원 시험은 나에게 오히려 큰 기쁨이었다. 무언가에 몰두할 곳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퇴사까지는 쉽지 않았다.

회사에 사직서를 내밀자 직장상사, 친구, 심지어 부모님까지도 몇 날 며칠을 극구 말리셨다.


직속 팀장님은 사직서 제출과 동시에 나를 갑자기 서울 본사에 교육을 보내셨다. 잠시 머리 식히고 오라고...


주변 지인들은 진심??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공무원 시험준비 그거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5년 이상 공부하고도 안 되는 사람 수두룩 하다.


너 잘못하다가 놈팡이(백수) 된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오기가 생겼다.

나의 가능성을 도대체 왜 남이 재단하고 평가하는 거지? 격려와 용기는 못줄망정 도대체 왜 나의 날개를 꺾으려고 하는 거지? 이런 생각만 들었다.

  

나의 의지가 생각보다 강하자, 주변에서는 조금 물러섰다

그럼 회사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시험 쳐봐라~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냥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된다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한 번에 뛰어내리고 싶었다.


절벽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살아 돌아온 사람은 있는지? 생각하다가는 앞으로 나는 영영 뛰어내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오로지 내 힘으로 다시 절벽을 기어 올라오고 싶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정말 할 수 있다.


나를 믿으며, 나는 그렇게 홀로 아무 준비 없이 절벽을 뛰어내렸다.


한참 동안을 떨어지고 나서 눈을 떠보니,

그곳은 고시생들의 전쟁터 노량진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험난한 과정과 고난은 모른 채 나는 고시원 한 평짜리 방에서 웃고 있었다.


드디어 내가 스스로 결정한 삶을 살아보는구나!

이제부터 나는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했다.

 

나 자신을 달래며, 마치 몽롱한 꿈을 꾸듯

그렇게 노량진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었던 것 같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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