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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Nov 28. 2023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친구야 시간 날 때 함께 달리자^^

우리 한번 뛸까?

저녁시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대학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한번 뛸까? 나는 순간 저했지만 이내 답한다. 


그래 함께 달리자.


1시간 뒤 동네 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며 "내가 왜 망설였을까?" 궁금해졌다.


밖이 추울 텐데... 책 읽어야 되는데... 육아해야 하는데

저녁밥 먹고 바로 뛰면 배 아플 텐데.. 다리 상태가 지금 영 안 좋은데

갑자기 달리기를 하면 발목 다칠 수도 있는데..

추운 날씨에 과도한 운동은 심장에 무리가 온다던데.. 등등


아마도 지친 퇴근 후에 편하게 쉬고 싶다는 본능이 방해받자, 나의 뇌는 위기감에 온갖 핑곗거리를 만들고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평소처럼 술 한잔 할까? 저녁 같이 먹을까? 가 아니라 

번 뛸까?라는 전혀 예상 못한 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 같은 과 친구로 만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함께 달려본 적이 없었.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기분이 묘했다.  한편으론 가슴 한구석이 찡했다.


천방지축 망아지처럼 날뛰던 젊은 사내 둘이  

어느덧 두 아이의 아버지로, 조금은 세월에 다듬어진 중년의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있다.


가끔씩 수업에 빠지고 놀았던 경영대 벤치에서

오늘과 똑같은 친구의 미소를 나는 보았더랬다.

찰나 같은 미소 한 번에 20년이 지나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공원 트랙 위에 나란히 서서, 발끝에 힘을 주고 첫발을 내디뎌 본다.


첫발이 중요하다. 어쨌든 우리는 유혹을 이겨내고 출발선에 섰다. 그게 중요하다. 달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뛰니 금방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주변 풍경을 볼 여유가 없다. 친구의 숨소리가 거칠다. 서로 앞만 보고 뛴다.


몸은 뛰고 있지만 머리는 끊임없이 멈출 것을 요구한다.

멈춰 있을 땐 뛰고 싶고,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유혹에 빠질까 봐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되뇐다. 

한 발만 더 가자, 딱 한 발만 ~~


그리고 삶의 고통 속에서 주저앉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줬던 주문을 외워본다.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뛸 수 있다. 나는 아버지이다.


20분쯤 뛰다 보니 몸이 조금은 편해지고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친구의 호흡도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희한하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몸은 적응했다.

역시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의지만 있으면 나아간다.

 

반환점인 공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다.

가족 생각하는 마음이 참 따뜻한 친구다.


어쩌면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부정적인 것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고 우린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뛰고 땀 내 기분이 좋다. 함께 뛰어서 .

다음번에 내가 먼저 전화해야겠다


친구야 오늘 함께 뛸까?


이제 다시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퇴근하고 30분이라도 뛰자. 다음은 없다. 오늘 당장 뛰자.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함께 뛰어보자.


랑하는 친구 힘내자.

이 땅의 모든 중년 친구들아 함께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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