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되면 어때요. 가끔은 이렇게 완벽한 날도 있어요.
“아마 투표자들 중, 힘들게 한 걸로는 손가락 안에 들겠지?”
남편의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완전 1등일 수도 있지.”
남편이 다시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온 건 꼭 5개월 만이다. 재외국인 투표를 하기 위해서. 아직 욕창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꼭 투표를 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오랜 시간 누워 있던 몸을 움직이게 했다. 사실 나는 계속 말렸지만, 누워 있는 동안 그에게 기쁨이 거의 없었기에, 이것 또한 그 사람의 기쁨이라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동행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풍경을 마주한 남편은 마치 처음 보는 장면들처럼, 날씨와 나무에 늘어지는 초여름의 볕에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택시를 부를 때마다 차량 기종을 확인해야 하는 장애인 전용 택시(우리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보다 크고 무거워서 매번 차종을 정해야 했다) 보다 오히려 일반 버스가 더 편해, 우리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영사관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경사로를 가져다준 경비원 덕에 투표장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고, 남편은 상기된 표정으로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투표소 안에서는 절대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잔소리와 함께.
우리는 투표를 마치고 손등에 도장을 찍는 마지막 의식까지 마친 후, 영사관 아래에 새로 생긴 카페로 향했다. 원래는 테이크아웃해서 가는 길에 마시려 했지만, 카페 안 네 칸의 계단 옆에 장애인용 리프트가 설치된 걸 보고 우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타보자!”
예전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봤던 그 리프트가, 이제는 카페에도 생긴 것이다. 상처 때문에 카페에 오래 머물 수도 없었지만, 우리는 들뜬 기분이었다. 직원도 친절하게 남편을 도와주었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기쁘게 아이스 카페라테를 함께 주문했다.
단지 네 칸의 계단을 오르거나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슬프지만, 그 옆에 설치된 리프트는 또 다른 모순적인 기쁨을 안겨주었다.
다치기 전 남편이라면 단 한 번의 보폭으로도 넘을 수 있었던 계단이, 이제는 이동을 가로막는 벽이 되었다. 거기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 대신, 오늘은 시원한 커피만큼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아이스라테를 짤랑거리며 버스 안에서 남편을 바라보았다.
“2시간이 넘으면 상처에 안 좋을 거야.”
조금 더 서둘러 돌아오는 길.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한낮의 빛이 가득했다. 사방은 눈부시고, 싱그러웠다.
생각에 잠겨 초여름의 녹음과 햇살이 우거진 창밖을 바라보는 남편의 눈 속 풍경은, 어쩌면 어떤 영화 속 장면보다 더 아름다웠으리라.
이 사람의 밝은 표정을 보는 건 내게 너무도 아득한 기억들을 환기시켰지만, 나 또한 오랜만에 함께 느낀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남편은 왜 그렇게까지 투표를 하고 싶었을까.
어떤 간절함.
그의 삶을 지탱해 주는 여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순간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