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움을 어디까지 참아본 적이 있나요

진심이 짐이 될 때

by 브리사


간지러움을 참아본 적이 있나요?


간혹 손에 깁스를 하거나 손을 다쳤을 때 그래 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가끔 어디가 무척이나 간지러울 때 부러 참아 볼 때가 있다.

내가 남편의 다른 점들을 도와줄 때 느끼는 감정들에는 익숙한 슬픔과 피로 같은 것들이 있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 중 하나는 남편이 간지러움을 느낄 때 그걸 바로 대응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고통을 볼 때이다.

남편이 말하길, 몸에 어딘가가 많이 간지럽다는 걸 느낄 때는 다른 곳이 아프지 않을 때라고. 정작 다른 곳에 고통이 극심해지면 간지러운 것쯤은 잘 못 느낀다고 했다. 간지러움은 하위의 고통 단계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 심하게 아프고 난 뒤에 간지러움이 다시 찾아들면,

아 이제 내가 다른 극심한 고통은 없구나 그렇게 느낀다고 한다.

가끔 나도 그 감정을 느껴보고자, 콧잔등이, 머릿속이 간지러울 때 참아 볼 때가 있다. 잠수를 하다 숨을 못 참고 다시 떠오르듯,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손은 간지러운 곳을 해소하고 모른 척, 있는 것으로 나의 간지럼 참기는 늘 끝나곤 하지만.

사실 새벽에 내가 남편의 자세를 다시 도와주려 몇 번 깨긴 하지만, 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매번 기계 같은 표정과 얼굴로 깨서 다시 잠이 든다. 깼다가 다시 자는 일이 쉽지 않은 걸 아는 남편은 나에게 미안해서, 다른 일이 아닌 어딘가가 간지러울 땐 그냥 참는다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그럴 때 어느 날 내 입에서 불쑥 나온 말이
“그냥 나를 깨워.

내가 짜증을 내겠지만 그건 참고,

간지러운 건 참지 마.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내가 말을 뱉고 나서도 실소를 거두지 못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니, 뭐 이렇게 54페이지 도덕 교과서적이야.

원래 시험과 인생은 교과서에서 시작인 것인가?

하지만 때때로 이 말이 나에게 큰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지. 누구나 존엄하며,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남편 본인의 손바닥으로 직접 본인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손흥민이 우승컵을 든 날이 왔으니, 세상이 이렇게나 바뀌었으니.

“나도 좋은 날이 오겠지.”

남편이 웃으며 한 말이다.


글을 쓰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본문의 내용과 맞지 않지만 조금 적어보자면
가끔 내 글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읽힐까 생각해보곤 한다. 타인의 이야기나 고통은 추상적이라, 가끔은 어디까지 어떻게 서술해야 할지 어렵기도 하다. 때로는 진심이 짐이 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쓰는 글들이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지금 나의 시간들을 누구와 공감하기 위해서인지. 그도 아니면 글을 쓰며 무언가를 치유하고 싶어서인지....

진심과 진실의 그 경계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그게 좀 어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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