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러시아어 공부 이야기, 그리고 러시아어 학습을 위한 소소한 팁
"휴… 아니, 러시아어는 대체 누가 만든거야?"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땅이 꺼져라 내쉬는 한숨과 함께 한 번쯤 이 말을 해보았을 것이다. 한없이 높아만 보이는 벽,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는 길. 내가 왜 하필이면 이 '러시아어'라는 언어를 선택해 공부하기 시작했는지 후회해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어는 인도유럽어족 슬라브어파 계열의 동슬라브어군에 속하는 언어로, 러시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 넓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구사자가 약 3억 명에 달하는 세계의 주요 언어 중 하나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러시아어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와 함께 러시아어 또한 UN공식언어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배울 만한 가치가 충분한 언어이다. 특히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러시아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푸쉬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위대한 대문호들의 작품들을 원어로 읽어보는 것을 꿈꾸어 봤을 수도 있겠다.
다른 언어에는 찾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넘치는 언어가 바로 러시아어이지만, 이 매력을 알게 되기까지는 많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 (모스크바)
필자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지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다(글 집필 당시 2020년, 현재는 졸업).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1년 전 부터 뛰어들었던 통역 아르바이트. 동시에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며 양측 간 소통에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재빨리 적절한 문장을 생각해내어 화자의 의도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일, 눈치·순발력·집중력의 3박자를 모두 필요로 하는 이 통역이라는 일에 나도 모르는 새에 차츰 매력을 느끼게 되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해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수십 년간 전문 통역사로 일하고 계신 많은 선배님들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갓난아기와도 같은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말이다.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러시아어의 어려움과 영하 30도에 이르는 혹독한 겨울 날씨, 생활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 때문에 러시아에서 유학을 하는 학생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러시아로 단기연수 혹은 교환학생으로 와서 체류하며 공부를 해본 학생들 중에서는 이 나라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에 끌려 다시 한 번 장기 학업을 목표로 유학을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러시아 대학 입학에 있어 필수 조건이자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난관이 바로 이 '러시아어' 인데, 외국인 학생들이 본과로 입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러시아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강의를 듣고 자유자재로 교수님과 대화하며 수업을 따라가고 구술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언어수준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1-2년간의 예비학부를 운영하여 집중적인 러시아어 공부를 비롯해, 학부 입학시험을 체계적으로 대비시킨다.
하지만 1년 코스의 예비학부를 거치고 바로 대학과정의 강의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듣고 따라간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필자의 학부 입학 초기에는, 모든 강의 내용을 녹음해 집에 가서 느린 속도로 몇 번이고 다시 들어보며 모르는 단어들을 찾아보고, 관련 책을 찾아 일일히 해석하며 읽고 정리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 (МГК им. П. И. Чайковского)
아무리 공부해도 끝이 없어보이는 이 '러시아어'라는 하늘과도 높은 장벽에 매일 부딪히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빠른 발전이 보이지 않아 자주 절망했었다. 어학공부 초반 1년 정도는 늘 제자리인 듯 매우 더딘 성장을 보이다가, 1년 반이 지나며 2년째가 되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묵묵히 쌓고 또 쌓아왔던 언어공부가 드디어 빛을 발해, 자신감이 생기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감이 붙은 김에 통역 아르바이트에도 바로 뛰어들었다. 집 계약, 현지대학 접수 등의 개인 일상통역부터, 러시아 바이어와의 비즈니스 미팅통역, 치과, 화장품, 의료관광 등의 박람회까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통역원으로서 일을 하며 매번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나가는 중이다. 통역사로 활동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현재 속한 영역 밖의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더욱 다양한 시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단어들을 이 일을 하며 외우고 사용함으로서 개인적인 어휘의 폭도 훨씬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의료관광 설명회 통역 (모스크바)
다음은 필자가 러시아어를 알파벳부터 배우기 시작하며 느낀 점들이다. 현재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림같아 보이는 키릴문자들을 겨우 눈에 익혀놨다 싶었는데, 발음을 해보려니 만만치가 않다. 한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발음들이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혀를 떨어 발음해야 하는 P발음부터, Л과Ль, З와 Ж 등을 정확하게 구별해 발음하는 것 등,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다.
자, 알파벳을 드디어 떼었나 싶었는데 이번엔 강세(ударение,우다례니예)가 나를 괴롭힌다. 강세가 찍힌 모음 외에 다른 모음들은 발음법이 변화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따로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쯤 찍혀있겠지' 하고 읽으면 알고보니 다른 엉뚱한 곳에 붙어있고,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이놈의 강세 실수는 피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Замок' 이라는 단어는 а에 강세가 오면 '성(城)'이라는 의미이고, о에 강세가 오면 '자물쇠'라는 전혀 다른 뜻의 단어가 되는데, 강세에도 워낙 불규칙이 많아 외국인들은 러시아어 텍스트를 읽거나 대화를 할 때 이 부분에서 잦은 실수를 하게 된다. 원어민 입장에서는 문맥상으로 이해는 하겠지만 듣기에 굉장히 어색하다고 느낄 것이다.
러시아어 공부 초기에 발음과 강세를 확실하게 잡지 않고 어물쩍하게 넘어가게 되면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에 항상 스펠링이 헷갈려 단어들을 외우거나 활용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드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어민의 발음에 가깝게 따라하려 연습하고, 스스로 소리 내어 천천히 정확한 강세와 발음으로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강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억양'이다. 러시아어는 독특한 억양구조(Интонационная конструкция, 줄여서 '이까-ИК' 라고 부른다)를 가지고 있는데, 종류는 7가지이지만 기본 학습단계에서는 5가지 정도를 배운다. 평서문을 비롯해 의문문, 감탄문 등 각각의 고유한 억양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내일 어디서 만나면 좋을까?» 라는 의문문이 있다고 치자. 한국어는 문장의 끝을 올리는 반면 러시아어는 질문의 핵심인 '어디서'에만 포인트를 주어 강하게 때리듯이 이야기 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내리게 된다. 이렇듯 러시아어의 억양은 한국어의 것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가 말하는 톤이 어색하다고 느껴지더라도 계속 소리를 내어 반복하며 연습해보아야 한다.
기초 수준의 대화를 구사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간단한 문장 하나를 말하는 데에도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명사의 성, 동사변화, 시제, 완료/불완료상, 그리고 격 변화까지 몇 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나서야 겨우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한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있다. 이 밖에도 아무런 이유없이 그냥 무작정 외워야 하는 수많은 불규칙 변화들과 각종 운동동사, 수사 등… 너무나 복잡한 문법 때문에 몇 번이고 중간에 책을 덮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내가 졌다는 듯, 다시한 번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쳐 공부를 이어나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토록 나를 끌어당기는 것일까? 러시아 최초의 석학(碩學)이자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의 창립자인 미하일 로모노소프(М. Ломоносов)는 «러시아어에는 스페인어의 웅장함, 프랑스어의 생동감, 독일어의 견고함, 이탈리아어의 부드러움, 희랍어와 라틴어의 간결함과 풍부함이 있다»고 자신의 책에 설명하였다. 그렇다. 무섭게 쏘아붙이듯 말하는 것 같다가도, 때로는 극세사 이불을 덮은 듯 한없이 부드러운, 때로는 새가 지저귀듯 귀엽고 생동감있게 느껴지기도 하는 신기한 언어. 문법이 너무 까다로워 공부하기에는 힘들지만, 그만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러시아어만큼 하나하나 세밀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또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우리는 또 다시 이끌려 책상 앞에 앉게 되는 것이다.
«나를 정복하겠다고? 네가 감히?» 라며 튕겨내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확 끌어당기는 '밀당의 신' 러시아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
먼저 언급하고 싶은 한 가지. 언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적극성'과 '꾸준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며 현지 문화를 직접 피부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단순히 언어를 공부하기 좋은 상황이 주어져있다고 해서 나의 언어구사 실력이 저절로 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언어를 공부하는 학생 그 자신이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여러 다양한 측면에서 최대한 자주 언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접하려 최선을 다해야 한다.
5살, 한글을 떼야 등록을 하게 해주겠다는 피아노학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필사적으로 한글 공부에 매달렸었다. 마침내 받침이 있는 낱말들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무작정 할머니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 거리의 간판이란 간판은 모조리 다 소리내어 읽고, 신문이나 잡지 등을 잡히는 대로 펼쳐 읽다가, 모르는 단어들을 발견하면 이게 무슨 뜻이냐며 끈질기게 질문해 할머니를 귀찮게 하곤 했었다.
모스크바 현지에서 러시아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동안 꼭꼭 숨어있었던 이 호기심 넘치는 다섯 살의 꼬마아이가 내 안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식당을 가면 메뉴판을 꼼꼼히 읽어보며 음식 관련 단어들을 접하고, 지하철을 타면 노선도에 있는 역 이름들은 물론, '노약자와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세요', '문에 기대지 마십시오' 등의 안내말을 꼼꼼히 살펴보며 어떤 단어, 어떤 격변화가 쓰였는지 생각해보고, 거리를 걸으면서도 끊임없이 간판 하나하나를 읽어보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그자리에서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는 등, 내 눈과 머릿속은 밖을 나서면 쉴 틈이 없이 새로운 정보들을 받아들이기에 바빴다. 비단 언어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배울 때, 그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가장 큰 동기이자 빠른 속도로 익힐 수 있는 촉진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에 어릴 때 이민을 오게 되어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 아닌, 성인이 되어 알파벳 공부부터 시작해 많은 고충을 겪으며 지금도 이 언어를 더욱 매끄럽게 구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필자가 생각하는 러시아어 공부 팁을 몇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 모스크바 근교 소도시 콜롬나 Коломна 의 핫플레이스인 깔라치 (Калач, 빵의 한 종류) 가게 앞에서
1. 유튜브 적극 활용
사실 필자의 전공은 클래식 피아노이고, 본업은 피아니스트이다. 하지만 보통의 음악 전공생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는데, 바로 초등학교를 다닐 때를 제외하고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피아노 레슨을 받지 않고 독학을 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바로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를 통해서다. 매일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영상들을 보며 따라서 연습하고, 나 자신만의 채널을 개설해 연주영상들을 올려 전세계 음악전공자들에게 평가와 조언들을 받곤 했다.
유튜브는 영어, 러시아어, 히브리어 등의 여러가지 언어를 공부하고 있는 지금도 매일 빼놓지 않고 활용하고 있을 만큼 나의 어학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도 1분에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동영상들이 사이트에 업로드된다. 그렇다보니 매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동영상들 가운데 어학공부를 위해 사용할 만한 자료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불평부터 늘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얼마나 사소한 것이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고,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여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현지에 살고 있지 않아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꼭 러시아에 가야지만 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것과 잘 '검색'하는 일이다.
기초 러시아어의 험난한 산들을 넘어 6격변화, 완료/불완료상까지 이해했다면, 이제 언어실력을 중-고급까지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가 있고, 유튜브에 들어가도 그에 대한 관련 동영상들을 찾아보기 마련이다. 생각을 아주 조금만 바꿔보자. 관심 분야의 영상들을 보되, '러시아어로(по-русски!)' 시청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행에 관심있는가? 러시아 유튜버의 여행 브이로그를 보자. 요리에 관심이 있는가? 여러가지 러시아 음식 조리법들을 살펴보자. 요리 레시피와 언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연주 테크닉을 향상시키고 싶은가? 러시아에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의 테크닉 강의가 넘쳐난다. 들으면서 따라하다 보면 음악 관련 단어들도 러시아어로 익히게 됨과 동시에 멋진 연주실력도 뽐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러시아 동화와 애니메이션 등도 추천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구연자가 비교적 느린 속도와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더불어 예쁜 그림들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나온 만화들 보다 구소련 시절의 만화 ‘악어 게나(Крокодил Гена)’, 러시아의 곰돌이 푸 ‘비니-뿌흐(Винни-Пух)’ 부터 시청하기를 권한다. 귀여운 러시아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 어느새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실력이 중급 정도이고, 왠만한 기본적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가능한 수준이라면, 여러가지 주제로 토론하듯 이야기하는 팟캐스트/뉴스 청취, 러시아의 문화나 생활풍습, 일상생활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것 또한 추천한다. 예술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러시아의 음악, 발레, 미술, 문학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을 커피 한 잔과 함께 원어로 감상하면 이보다 더 달콤한 휴식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가능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어휘를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길은 많고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매일 꾸준히, 작은 도전을 이어나가자.
*더불어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학습채널 '도라와 러시아어'의 기초강의 시리즈 또한 이곳에 첨부해본다. 입문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
2. 책, 텍스트 읽기
필자가 러시아어 공부를 하며 가장 신경쓰며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독해이다. 여러 인물들의 생애나 러시아의 도시, 문화 등을 소개하는 짧은 텍스트부터 시작해 러시아어 번역판 어린왕자, 또는 체홉, 톨스토이 등 러시아 작가들의 단편 소설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또 읽었는데, 이 때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을 쪼개어 보며 어떤 격의 지배를 받아 단어의 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분석해보고, 이해가 되지 않을때는 선생님과 원어민 친구들에게 다시 물어보며 완전히 이해한 다음, 스스로 그 격을 활용해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 사용해보는 단계까지 가려고 노력했다. 처음 접하거나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들은 따로 단어노트에 정리하고, 어떤 동사 뒤에 어떤 격이 와야 하는지도 계속해서 암기했다. 텍스트를 읽거나 원어민이 하는 말을 듣고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완전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새로 외운 단어나 문법을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쓰는 문장에 스스로 적용하여 활용해볼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진정으로 알고 있다, 내 것이 되었다' 라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공부할 때에는 항상 배우려는 자세와 겸손함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 같다.
앞에서 영상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을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혹은 이미 한국어로 예전에 읽어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책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에 같이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친구가 있다면, 텍스트를 보지 않고 자신이 읽은 내용을 요약해서 서로에게 이야기(Изложение) 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3.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원어민 친구 사귀기
한국인이 대체로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스피킹이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발음이나 문법이 틀릴까봐 스스로 먼저 주눅이 들어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외국인을 만나 말하기 연습을 할 기회가 찾아와도, ‘중간에 틀리면 어떡하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저 사람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 때문에 말을 걸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어를 잘 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외국인과 대화를 일단 시작해보자. 틀리고 실수를 좀 하면 어떤가? 그것을 고쳐나가려고 하는 노력이 계속 쌓이고 쌓이다 보면 실수는 자연히 줄어들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한국에 사는 러시아어 원어민을 사귀게 된다면 대화 연습을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테지만, 원어민을 실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여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친구를 사귀어보는 것을 권한다. 인터넷을 통한 원어민 친구와의 채팅과 음성메시지 교환 등으로,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 충분히 재미있게 소통하며 언어도 덤으로 배울 수가 있다. 가능하면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러시아어 구사자를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 언어를 교환하면서 서로의 실수를 고쳐주고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원어민과의 대화에만 모든 것을 의지해 단어외우기나 텍스트 독해 등의 개인적인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언어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러시아어는 말을 할 때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언어이다. 원어민 친구를 사귀며 대화를 계속 하다보면 듣는 귀가 트이고 여러가지 유용한 표현들을 익힐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말을 하려고 하는 문장의 구조와 격 변화 등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으면 원어민이 듣기에 내용은 이해가 가나, 문법을 파괴하고 마구잡이로 내뱉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읽기, 영상 시청하며 듣기연습하기, 그리고 러시아인 친구와 대화하기 등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모든 영역을 골고루 발전시킬 수 있다.
'적극성'과 '꾸준함', 이 두 가지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언어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배우고자 하는 언어와 그 나라에 대한 관심, 그것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날마다 조금씩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새로운 것을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가 합쳐진다면, 우리 모두는 반드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한다. 우다치(Удач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