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 Jun 03. 2024

미소

안녕, 내가 좋아하는 웃음을 가진 귀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띄우기로 했어.

이 편지를 쓰게 된 까닭은 미소라는 제목으로 시를 써주길 바랐던 누군가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서야. 달콤하고 씁쓸함을 같이 가지고 있는 아메리카노 같은 한 사람이 나에게 보여준 자그마한 진심에 보답할 때라고 생각했어. 그러니 이 편지의 부끄러움은 같이 나눠 갖도록 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래, 서른살의 나의 미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던 때가 있었고, 그것을 종종 읊었던 시절로 잠시 돌아갈게. 온 세상의 슬픔을 모두 짊어지고, 이지안과 닮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슬픈 까닭은,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은, 모두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 사람들이 나쁜 거라고 생각하며 발끝만 찼어.


난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있다고 믿는 모순을 가졌어. 점지한 생명이 많아서 보살필 수 없어서 대신 사람을 보냈다고 생각해. 내내 발끝만 차는 내 앞으로 가로막고 다그치는 사람도 있었고, 무조건적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있었고, 내 손에 따뜻한 음료수를 쥐어주고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어.

살기 싫다고 말할 때, 한번 더 세상 쪽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그래서 세상을 조금씩 좋아하게 된 거 같아.


그렇게 점점 발끝을 차는 횟수가 줄어들고, 고개를 들게 되었어. 어느 정도 웃게 되었을 때, 그때 그 시절을 마주할 수 있는 노래를 듣게 되었어. 온몸이 빳빳하게 섰어. 치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제는 일부러 보이고 싶지 않은 점으로 남겨졌고, 눈물을 보이고 싶지도, 흘리게 하고 싶지도 않아.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들게 해주는 귀한 사람이 된 너에게,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만 남았어.


있잖아, 이제 순수하게 나를 조금 좋아할 수 있게 됐어. 누군가가 나를 응원한다고 했을 때 그 말의 진심을 믿어보기로 했고, 좋아해 보기로 했어. 그러니까, 조금 더 세상이 환해지더라.

나는 이번 생의 목표를 정한 게 있어. 윤회하게 되는 삶을 살지 않는 것. 나, 열심히 사랑해서 별나라 가고 싶고, 당신도 별나라 갔으면 좋겠어. 전의 생을 까먹고 다시 만나는 인연은 이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난 아직은 모르겠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

그렇지만 내가 혹여 무슨 일이 생겨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고마워, 사랑해인데. 딱 두마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너야.

그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제일 귀하게 여기는 사람아.

네가 나보다 강해서 그랬던 게 아니고, 좋아해서 그렇게 해주었단 거 이제는 알아.


나는 너처럼, 당신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만한 힘은 없어. 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세상 벼랑 끝으로 서게 되었을 때,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어떤 형태로 오든, 울면서 달려오든 다 괜찮으니 부디 품에 안기러 왔으면 좋겠어. 최선을 다해서 빈틈없이 안아줄 거야.


그리고 기도 할 거야,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시 웃을 수 있도록.


귀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언젠가 헤어질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나는 최선을 다해서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할 거야.

헤어지게 될 땐 웃으며 헤어지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을 가진 사람이니까.


사랑해.

 

2024년 6월 3일 새벽 여섯시 이십사분, 크림 씀.

작가의 이전글 꽃으로 만개하지 않을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