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솔루션
메가히트곡을 쓴 에드 시런은 이렇게 말했다.
"성공의 열쇠는 모르지만, 실패의 열쇠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는 것이다."
로고 시안을 받고 기대에 차서 파일을 열었는데... "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수정 요청을 보냈다.
2차 시안. "비슷한데 뭔가 여전히 아쉬워."
3차, 4차... 어느새 5번째 수정. 디자이너는 지쳐 보이고, 나도 지쳤다.
디자이너는 환불해줄 테니 그만하자고까지 했다.
"내가 까다로운 건가? 디자이너 실력이 부족한 건가?"
둘 다 아니다.
13년간 수백 개의 로고를 만들며 발견한 진실이 있다.
수정이 5번 이상 가는 프로젝트에는 명확한 패턴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은 작업 시작 전에 이미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이너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라. 당신은 이 디자이너를 택하기 전 무수한 서치를 통해 찾은 후보 중
유일하게 선택한 곳에 일을 맡긴 것 아닌가? 내가 본 수정 지옥의 90%는 준비 부족에서 온다.
정확히 말하면 로고를 만들기 전에 브랜드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어떤 창업자가 이렇게 요청했다. "좀 더 세련되게 해주세요."
나는 물었다. "세련되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애플처럼 미니멀한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디올처럼 절제된 럭셔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분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음... 둘 다요?"
바로 이것이다. "세련되다", "고급스럽다", "젊은 느낌" 같은 추상적인 단어는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의미다. 어떤 사람에게 세련된 것은 미니멀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이다.
이 간극을 메우지 않고 시작하면, 디자이너와 의뢰인은 영원히 다른 그림을 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 방향이 없는 상태에서 로고를 만드는 것이다.
1차 피드백: "너무 무겁네요. 가볍게 해주세요."
2차 피드백: "이젠 너무 가벼워 보여요."
3차: "중간쯤으로."
4차: "음... 처음 것이 나았던 것 같기도..."
이건 로고를 수정하는 게 아니다. 브랜드 방향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반드시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당신의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작업을 시작하면 안 된다. 내 브랜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브랜드의 얼굴인 로고를 만들 수 없다.
대표 의견, 공동창업자 의견, 직원 투표, 친구, 가족... 10명에게 물으면 10가지 의견이 나온다.
A는 "더 심플하게", B는 "너무 밋밋해", C는 "색이 필요해", D는 "색이 많아".
모든 의견을 반영하려다 보면? 누구도 만족 못 하는 로고가 탄생한다.
13년간 작업하며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수정 1-2회로 끝나는 프로젝트는 시작 전부터 달랐다.
실제 사례.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첫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금융을 쉽게'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됩니다. 복잡한 금융을 누구나 이해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로고도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이었으면 합니다. 이런 느낌이요." 그리고 토스, 뱅크샐러드 같은 레퍼런스 이미지 3개를 보여줬다. 안티 레퍼런스도 있었다. "이런 복잡한 금융권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결과는? 수정 1회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것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한번에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소요 시간 1주일. 그래서 다른 작업까지 빠른 스케줄에 끝낼 수 있었다.
반대로 방향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평균 5-7회 수정에 4-6주가 걸렸다.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느낌" 대신 레퍼런스 이미지로 소통했다
의사결정권자가 1-2명으로 명확했다
싫어하는 것도 분명히 했다 (안티 레퍼런스)
첫 미팅에 충분한 시간을 썼다 (1시간 이상)
멈추고 이것만 체크하자. "우리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이것에 대한 답이 없다면 계속 수정해봐야 의미 없다. 방향이 없으니까.
그다음 3가지를 준비하자:
1. 레퍼런스 이미지 3개 - "이런 느낌"이 아니라 "바로 이거요"를 보여주는 것.
2. 안티 레퍼런스 2개 - "이건 절대 아니에요." 좋아하는 것만큼 싫어하는 것도 중요하다.
3. 의사결정권자 명확히 - "최종 결정은 제가 합니다" 또는 "저희 둘이 합의해서 드리겠습니다." 외부 의견은 참고. 결정은 내부에서.
만약 지금 수정 5번을 넘어갔다면, 솔직하게 디자이너에게 제안하라.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요?" 계속 수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것이 더 빠르다.
좋은 로고는 디자이너 혼자 못 만든다. 브랜드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클라이언트와 만날 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