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마사노리 의 책을 읽고
마케팅 분야의 고전이라 불리는 간다 마사노리의 책,
90일 만에 당신의 회사를 고수익 기업으로 바꿔라를 읽었다.
마음에 남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읽어 내려가다 한 문장에서 시선이 멈췄다.
아무리 많은 방법론이 있어도 결과를 내는 데 최종적으로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어떻게 고객과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가.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내가 매일 마주하는 모니터 속의 세상이 과연 이 본질을 향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도구와 전술 속에 살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수많은 기법이 난무한다.
디자인 영역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바뀌는 트렌드와 새로운 툴, 화려한 비주얼 이펙트가 마치 정답인 양 포장되곤 한다.
클라이언트조차 때로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유행하는 스타일을 요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듯 이 모든 것은 수단일 뿐이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을 현혹할 수는 있어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그 디자인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감정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나는 이 지점에서 그래픽 디자인이나 브랜딩이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을 만드는 작업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것은 철저하게 사람의 마음을 향해야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대화여야 한다.
이 책의 통찰을 나의 일에 대입해 보니 나는 조금 더 까다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나에게는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대상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가지 차원의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산다.
첫 번째는 나에게 일을 의뢰한 클라이언트다.
나의 전문성과 태도로 그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내 제안이 그들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클라이언트가 바라보는 최종 소비자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 클라이언트의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랜딩의 세계에서 이 두 가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클라이언트의 마음만 잡고 최종 소비자를 놓치면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소비자는 좋아하지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디자인만 잘하는 기술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비즈니스의 맥락을 읽고 이 디자인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소비자의 감정을 건드릴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보기 좋은 그림을 넘어 팔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작업의 태도다.
단순히 예쁜 로고나 세련된 포스터를 만드는 것으로 내 일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작업은 클라이언트와 그들의 고객 사이에 튼튼한 감정의 다리를 놓는 일이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기본이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되는지가 관건이다.
어려운 마케팅 용어를 늘어놓으며 시간을 끄는 컨설턴트가 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본질적인 질문을 붙들고 씨름한다.
나의 클라이언트가 나를 믿고 맡기는 이유가 단순히 손이 빨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고객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나의 진심 때문이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이 두 가지 마음을 모두 얻기 위해 모니터 앞에서, 그리고 책상 위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