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명찰을 단 이후에 브랜딩의 완성에 대하여
브랜딩 프로젝트의 긴 여정이 끝나고 최종 결과물을 전달하는 날
저는 대표님들께 이런 인사를 건네곤 합니다.
"이 로고와 함께, 대표님께서도 새롭게 태어나셔야 합니다"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가장 진심 어린 조언이며 하나의 브랜드의 진정한 시작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만든 로고와 비주얼 가이드는
냉정하게 말해 잘 만들어진 명찰을 하나 달아드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명찰 자체가 그 사람의 실력을 보장해주지 않듯, 로고 자체가 브랜드의 성공을 담보해주지는 않습니다.
디자이너와 디렉터의 역할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가치를
시각적인 언어로 치환하여 담아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들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빚어내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 그릇 안에 무엇을 채울지는 전적으로 대표님의 몫입니다.
아무리 세련된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운영 철학이나 서비스의 실체가 빈약하다면
그 브랜딩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브랜딩은 예쁜 모습을 만들고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그에 걸맞은 옷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옷을 입었으면 그 옷에 어울리는 품격과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명찰에 적힌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수반될때
비로소 브랜딩은 생명력을 얻기 시작합니다.
성공적인 브랜딩을 이어가는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무엇을 해결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우리 제품이 얼마나 멋진지, 우리 서비스가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뽐내기에 앞서
우리가 세상의 어떤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어떤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브랜딩은 우리 제품 좋아요라고 외치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가치가 바로 이것인가요?라고 묻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명찰 뒤에 숨겨진 실질적인 해결책과 가치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 반복될 때,
고객들은 비로소 그 브랜드의 진정성을 믿어주기 시작합니다.
질문하는 브랜딩이야말로 고객과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결국 브랜드라는 글자가 스스로 반짝이며 빛을 내는 순간은
디자인의 화려함이 정점에 달했을 때가 아닙니다.
대표가 내린 수많은 결정과 그 결정들이 쌓여 만들어진 신뢰의 시간이
로고라는 형상 위에 덧입혀질 때 비로소 브랜드는 완성됩니다.
멋진 디자인은 사람들의 시선을 잠시 붙잡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머물게 하는 것은
그 명찰을 달고 있는 사람의 진심과 스토리입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는 것은 브랜드로서의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각오로 매 순간 본질에 집중하며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가 함께 만든 그 명찰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귀한 브랜드가 되어 빛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