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외면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것도 때론 힘들어지니까
영원히 재밌기만 한 영화나 드라마는 없었다
시리즈가 늘어갈수록 실망스러운 작품이 더 많고
성공한 작품일수록 전작보다는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도피는 쉽고 이 길도 아니었구나 생각하면 되고
실패하기 전에 포기하면 실패라는 낙인 자국 같은 것은 새기지 않아도 되니까
전지 전능자가 나타나거나 천재로 타고났다거나 하는
일어나지 않을 상상에 1%로라도 기대를 걸어보면서
이번에도 아니었나 봐, 하고 돌아 나오면 되는 것이니까
먹었는데도 아닌 척 시치미를 떼듯이
"거기 김 붙었어요."
거기에 덧붙는 말이 '잘생김'이 아니라 진짜 김일 때...
김을 붙이고서 김밥을 안 먹은 척하고 싶을 때
발을 살짝 담가보고 계곡물은 원래 차다고 생각하고 싶을 때
실패할까 봐 아예 근처도 서성거리고 싶지 않을 때
좋아하는 것은 끝끝내...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늘 가능성의 알을 품지 못하고서
알이 깨어질까 두려워
불투명한 장식장에 알을 넣어두고는
나는 늘 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