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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자 이선경 Mar 09. 2023

메타인지를 높이는 명언 속 심리

마음챙김의 생각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가까운 사람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 않고, 배앓이 꼬여 오히려 시기와 질투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수년 전 누군가가 이 속담은 원래 좋은 뜻을 가진 말이라며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면서 작은 논쟁이 일어난다.     


옛날에 마음씨 좋은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의 사촌이 땅을 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사람은 사촌이 잘되고 있음에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축하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가진 재산이 너무 없어서 선물을 살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배라도 아파 그 땅에 거름이라도 보태주고 싶다는 간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유래된 말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제법 그럴싸한 이유이다. 물론 역사적인 사료가 부족하고 근거가 미약하여 결론적으로는 속담의 의미가 좋은 뜻으로 변경되지는 않았다.      


이 스토리를 들었을 때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고문서에서 이 속담이 좋은 의미로 사용된 예시나 문구가 발견된다면, 그 시점부터 이 속담은 ‘가까운 사람이 잘되었을 때 크게 축하해주고 싶지만, 자신의 처지가 좋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까지 품고 있는 갸륵한 상황’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마음챙김의 어머니이자 여성 최초의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종신교수인 앨렌 랭어는 마음챙김을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렸다.

 새로운 정보에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며
 한 가지 관점에 매이지 않고
사물을 자각하는 과정


바로 위의 사례를 또 하나의 마음챙김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마음챙김은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내고, 여러 관점과 맥락에서 자유자재로 바꿔보며 새로운 정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매력적인 과정을 쉽고 빠르게 적용해 볼 대상을 물색했고, 곧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한 토막의 글들에 집중하였는데 바로 명언이었다. 어지러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명언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명언을 단편적으로 해석하고 있거나, 명언의 일부만을 이해하거나, 명언 주인공들의 삶과 그 명언이 탄생하기까지의 여러 관점과 맥락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한 줄의 명언이 탄생하기까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볼 줄 안다면 그 명언의 의미가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관점에서 명언을 폭넓고 다양하게 이해하고, 나만의 방식대로 수용할 줄 알게 된다면 이 세상을 더욱 유연하고 통찰력 있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라는 명언을 남겼다. 과연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런 말을 했던 것일까? 어느 장면에서 어떤 맥락으로 이런 말을 남긴 것일까? 아는 것이 없어서 힘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는 것이 많아서 수월하게 살아갔기 때문일까? 그가 말하는 아는 것은 단순한 지식일까, 아니면 지혜를 포괄하는 개념일까? 그는 앎의 힘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등…     


이제 유명인들의 주옥같은 말을 마음챙김의 자세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여러 방식으로 안내한다. 심리학, 인문학, 철학, 마음챙김, 알아차림, 깨달음, 메타인지, 자기다움의 관점에서 한 줄의 명언을 어떻게 새롭게 인식하는지 함께 살펴보면서, 그 과정에 함께 발맞춰 산책하듯 걸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산책을 다 마친 후에는 자신의 사고의 폭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 만나게 되는 매 순간들을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는지, 또한 사건과 사물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며 과정과 결과를 아우르는 힘을 얼마나 발휘하게 되었는지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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