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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자 이선경 Nov 21. 2024

“출근하기 싫다” 라는 말의 경제적 손실은 얼마일까?


다음 중 어떤 말이 더 나은 말일까요?     
A. “아~ 여행가고 싶다!!”
B. “아~ 출근하기 싫다!!”.     



우리의 삶을 치유하고 더 성장하게 하는 여러 학문 중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던 Here & Now(지금-이 순간)를 매우 강조합니다. 지금-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 생각이나 마음,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왠 게슈탈트 심리학이냐고요?      


A와 B를 게슈탈트 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더 나은 말은 없기 때문입니다. A와 같이 “여행가고 싶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나는 지금-이 순간이 만족스럽지 않다!!”와 같은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심리적인 관점에서는 A와 B가 큰 차이가 없다는 거죠.     



위와 같은 말들은 우리가 평소에 크게 자각하지 않고 습관처럼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뇌는 반복적인 사고패턴을 곧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심리적 손실을 가져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경제적 손실에까지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어떠신가요?     



2012년 <Psychological Science>라는 학술지에는 '슬픔의 경제적 비용'이라는 한 연구결과가 실리게 됩니다. 하버드대학교 제니퍼 러너와 공동 연구자들은 슬픔이 개인으로 하여금 더 비관적인 재정적 결정을 내리게 하고,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검증을 한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슬픈 영상을 보여줘서 우울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참가비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 선택하게 했는데, 일찍 받을수록 더 적게, 나중에 받을수록 더 많게 금액을 설정합니다.      


연구 결과, 의식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우울한 감정 상태에 빠진 참가자들은, 기다리면 더 큰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적은 보상금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평균적으로 보면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34%까지 손해를 보았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우울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1년 후에 10만원 드릴 건데, 
지금 당장 받기 위해서
얼마까지 금액을 낮출 수 있으신가요?”     

결과는 5천원. 1년을 기다리면 1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우울감을 경험한 상태에서는 최대 95%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지금 받겠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요?     



첫 번째, 고통 완화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즉각적인 보상을 통해 지금-이 순간의 고통을 완화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지금 당장 5천원을 받아 커피 한 잔이나 초콜릿 한 개라도 사 먹으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벗어날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순간의 생각과 마음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두번째, 뇌 기제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비활성화됩니다. 이에 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즉 주식, 부동산, 코인 등을 할 때 불안하거나 우울해지면 더욱 큰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세번째, 가치감과 신뢰감 감소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장기적인 이득이나 미래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감정적으로 경험하면서 불안해져, 현재의 적은 보상이 더 안전하고 신뢰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를 조직이나 팀에 적용하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안정적인 선택지만 바라보게 되니, 장기적인 조직/팀 성장은 물건너가게 되는 겁니다. 나,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관리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긍정적인 관점이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이 순간의 생각’, ‘지금-이 순간의 마음’을 자각하는 것이 손실을 피하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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