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날이 있다

사잎 조각

by 홍윤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즐겁고 장황한 이야기에 정신없이 웃고 떠들다가 집에 돌아오면 막상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

내가 아끼고 좋아했던 사람이 어느 날 이유 없이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등을 돌린다거나 하는 이유로 좌절하게 되는 날.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믿었던 한 사람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바닥을 던 날.


그러다 문득 이런 공허함도 다 내 잘못이란 생각에 한없이 우울해진다.


쉽게 지적하고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모든 상황들에 지쳐렸다.


저앉아 울고만 싶은데, 이 넓은 세상에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아 시뻘게진 눈을 비비고 집에 들어간다.


퉁퉁 부운 눈을 보며 누군가 묻는다.

왜 또 울고 있느냐고.


나만 못나고 삐뚠 아니라고 지고 싶은 마음 하나.


나만 못나고 삐뚠 것 같아 울고 싶은 마음 하나.


내 못난 점들만 자꾸 마주하게 되는 거 같아
모든 것에 짜증이 나고 그런 내게 짜증이나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던 날.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타인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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