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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 Sep 07. 2021

이불 밖은 위험해!?

이불 밖으로 나가는 방법들

스스로 내린 저 자신에 대한 평가 중 하나가 “경험주의자”입니다. 경험주의의 정의는 경험을 통해서 얻은 증거들로부터 지식을 형성하는 방식인데요. 이 자체로는 좋고 나쁘고 말할 수 없습니다만, 문제는 제가 지독한 리스크 회피형 인간에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겁니다. 이런 성격이 경험주의자와 조합되니 “안 해 본 일은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더군요.


경험주의에다가 리스크 회피를 섞으면.. (출처:Unsplash)


경험했던 일에 대해서는 나름 자신감도 생기고 이후에 다시 하기에도 거부감이 없는 반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는 따지는 조건이 많아집니다. ‘내가 이걸 굳이 해야 할 이유가 뭐지?’ ‘내가 이걸 해서 얻을 것이 충분히 큰가?’ 먼저 얻을 충분한 보상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이후에도 반복해서 이걸 진짜 꼭 해야 하나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사실 ‘내가 이걸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의 배후에는 ‘안 하면 안 되나?’라는 질문이 깔려 있지요.


와이프는 이런 저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멋진 사람이지요. 와이프와 여행 다니기 전에는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 계획을 짜고 이 계획에 맞춰서 여행을 다녔었는데 와이프와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는 혼자서는 하지 않았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물에 젖는 게 싫어서 폭포를 멀리서 보고 사진만 찍고 싶어 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보트를 타고 폭포 바로 앞까지 가 있기도 했었지요.


막상 타보고는 재미있어서 한번 더...


그런데 이런 경험들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핑계들을 만들어 내고 이거 하면 큰 고생하고 후회할 것이라고 무서워했었는데 막상 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어라? 별거 아닌데?’였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도가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더군요.


(출처:Unsplash)


심리학 용어 중에 컴포트 존 Comfort Zon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안락함을 느끼는 영역이라는 뜻이고 안전지대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 안에서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며 큰 스트레스나 걱정이 없기 때문에 편안하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 영역에 머무르고자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소위 “이불 밖은 위험해”인데요, 이불 안이 안전하다고 이불 밖이 위험할까요?



몇 년 전에 스페인으로 MBA를 갔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 이불속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해외 MBA는 이불 밖이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 빠지는 수준이었습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수업은 어떻게 따라갈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지 등등.. 머릿속에는 이미 학점이 바닥인 아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죠.


하지만 다행히 좋은 팀원들과 친구들을 만나서 학교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출신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릴지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는데 오히려 친구들 없었으면 MBA 생활은 엉망이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제 영어실력이 자신감이 생겼다거나 어디 가도 핵인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스페인에서의 2년 동안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많은 경험들을 통해 즐거운 기억과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 수 있었고 저의 컴포트 존이 어느 정도 넓어졌습니다.


이런 바다 한가운데에 내쳐진 듯했던 경험 이후에 내가 왜 새로운 시도를 그렇게 두려워했나를 생각해보니 세 가지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귀찮음 / 실패에 대한 두려움 / 타인의 시선이었습니다. 뭐든지 안 하려는 귀차니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시험이든 입시든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큰일이 난다고 주입받아왔고, 내가 뭔가 튀는 행동을 했을 때 주변에서 날 어떻게 바라볼지 눈치를 보며 살아왔더군요.


혹시나 저와 비슷한 이유로 새로운 시도를 피했던 분들께서는 아래와 같이 관점을 좀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이는 앞으로도 언제든 이불속으로 파고들지 모르는 저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귀찮으시다고요?

함께 시도할 친구를 사귀세요.
백지장만 맞들면 나은 게 아닙니다. 귀차니즘도 맞들면 무거웠던 엉덩이를 보다 가볍게 뗄 수 있습니다. 관심이 생기는 새로운 일이 생기면 함께 할 사람을 찾으세요. 혹은 관련 커뮤니티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실패가 두려우세요?

까짓 거 좀 안 되면 어때요?
이미 새로운 시도를 한 것만으로도 성공이지 않을까요? 물론 한번 실패가 되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면 고민해 보셔야겠지만 다시 한번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까짓 거 함 해볼까?
남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죠?

(마상 입으실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사람들은 우리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날 위하지 않고 날 위하는 사람은 날 이해해줄 거라고. 날 위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은 무시하세요.


이 글에서 용기를 얻으셔서 이불 밖의 세상으로 한번 나가보시지요. 우리의 세상은 시도한 만큼 넓어지고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즐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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