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펜션들이 그렇듯이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인테리어 및 소품에 많은 신경을 쓴 숙소였습니다. 하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처음 숙소에 들어올 때의 경험이었습니다.
현관에 유난히 짙게 뿌려놓은 향이 들어오자마자 후각을 자극하였고 2층에는 소형 프로젝터로 영상과 함께 음악을 틀어놔 실제로 아이들이 "카페에 온 것 같아요"라고도 말하더군요.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는데 와이프가 어제처럼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더군요.
응? 제가요? 어떻게요?
생각해보니 음악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고 있었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더군요. 실제로 어제 저녁에 장 보러 다녀온 사이에 음악을 끈 것은 제가 아니라 프로젝터로 유튜브를 보던 아이들이었거든요.
결국 아이 중 한 명이 "제가 방법을 알아요!" 하고는 위층으로 올라가 근사한 음악을 틀어줬습니다.
보통 이런 전자기기에 관련된 일들은 그간 제가 방법을 찾고 조작했기에 이번 일이 유난히 색다르게 느껴지더군요. 부모님께 스마트폰 조작법이나 인터넷 쇼핑 방법을 알려드리던 것처럼 이제 나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을 나이인가? 그러기엔 아직 젊은 거 같은데? 등등..
아침 식사한 것을 정리하고 2층으로 올라와 어떤 구조인지 봤는데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구성이었습니다. 소형 프로젝터에 샤오미 티비 스틱을 꽂아 유튜브 등을 보게 하고 옆의 마샬 스피커에 연결해서 음향을 뽑는 구조더군요. 1층까지 들려던 음악은 그냥 스피커 볼륨을 키웠던 것이었구요.
(저 오래된 엘지 꺼 말고 요즘 삼성에서 나온 프로젝터였으면 천장에도 쏠 수 있고 더 좋았을텐데)
결국 관심과 호기심이 없었구나 싶더군요. 사실 처음 숙소 들어와서 짐 풀기 전에 -어지르기 전의 정돈된- 숙소 사진을 찍고 덥다며 에어컨 조작을 하는데만 집중했었으니까요. 아이들이야 자기들이 유튜브 보기 위해서 방법을 찾은 것이구요.
하지만 호기심이라는 건 꼭 필요하지 않아도 궁금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평소 나름 호기심이 많다고 자평했던지라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무위키 '호기심' 항목을 정독하고 오는 성격)
주변에서 나이 드는 증거로 꼽는 것들이 참 다양합니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져서, 아이가 생기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전날 마신 술이 잘 안 깰 때, 밤에 잠이 자주 깨거나 노안이 올 때 등등.. 앞으로 저에게 나이 든다는 것은 호기심이 줄어든다는 것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