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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play Sep 10. 2018

서른에 만난 춘천

프롤로그 : 춘천을 말하다.


 2017년 초여름, 서른의 나이에 춘천에서 마이크를 잡게 됐습니다. 춘천에서 '나 혼자 산다'를 실행한 지 1년 남짓. 제가 느끼고 있는 춘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2017년부터 조금씩 찍어 온 사진들과, 노트에 끄적여온 변변찮은 글들을 순차적으로 연재하겠습니다.


 춘천(春川). 이 두 글자를 자세히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봄 향기가 난다. 순우리말로 풀이하면 '봄내', '맑은내'라고 하니, 글자에서 봄의 정취가 느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내(川)'는 개울을 의미한다.


  이런 춘천은 나에겐 '청춘(靑春)'이다. 수험생 때 친구들과 함께 (지금은 사라진) 경춘선 무궁화호를 타고 바람 쐬러 왔던 '일탈의 장소'이기도 하고, 대학시절 좋아했던 친구와 처음으로 여행 왔던 '풋사랑의 장소'이기도 하다. 또, 군 복무 시절 군대 동기와 함께 꿈을 이야기하던 '넋두리의 장소'로도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춘천'이라고 하면 나의 10대와 20대가 떠오르고, 그 순간마다 함께 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아련하다.


춘천MBC에서 바라본 공지천

 

 하지만, 서른의 나에게 춘천은 '현실'이 되었다. 나이 앞자리 숫자는 어느새 '3'으로 바뀌었고, 함께 일탈했던 친구는 여의도의 빌딩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며 밤늦게까지 자판을 두드린다. 이제는 오로지 '나 혼자' 춘천에 있다.


  2017년의 나는 춘천에서 먹고 자며, 춘천을 '말하는 일'을 한다. 석사동에 새롭게 시립도서관이 문을 열었다든지, 소양강 스카이워크의 이용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든지 등의 새로운 지역 소식을 전하고 있다. 때때로, 지역민들과 라디오를 통해 소소한 소통을 하기도 하고.

공지천 산책로


 매일 공지천 산책길을 걸어서 출근하고, 의암호의 밤공기를 마시며 퇴근한다. 풍물시장 5일장에서 감자를 사다가 요리해 먹기도 하고, 때때로 강대 앞에서 춘천의 젊음을 맛보거나, 깊은 숲 속에 들어가 자연을 느끼기도 한다. 간혹 소양강변을 걸으며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공지천 야경


 서른에 다시 만난 춘천, 낯설지만 낯익은 이 도시에서 나는 문득,


 오늘 구봉산에서 바라본 석양은 어땠는지,

 공지천의 새소리는 어땠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말하고 싶어 졌다.


 이 도시를 추억하고 있거나, 앞으로 추억할 사람들에게.




오래 망설였지만 이렇게 난 널 찾아왔어.
나를 반겨주길, 환하게 웃어주기를.
이제, 여기에서 어떤 말들을 시작할까.

- 에피톤 프로젝트, <이제, 여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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