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 방류 현장을 다녀오다!
2017년 8월 25일
잠시 동안 그 일을 생각했다. 국민학생에서 초등학생이 되던 해였던가, 높은 곳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본 기억이 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는 기억해 낼 수 없다. 그래도 어딘가의 '댐'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비를 입었는데도 댐이 뱉어내는 물줄기에 홀딱 젖었던 그때의 촉감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내가 이 모습을 사진으로 보아서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직접 보아서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어쨌거나 6년 만의 소양강댐 방류 소식을 들었을 때, 그때 그 일이 떠올랐다.
올여름(2017년) 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러웠다. 초여름에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농작물이 말라간다는 뉴스가 주를 이루었지만, 여름 끝 물에는 잦은 폭우에 도시 곳곳이 물바다가 되었다는 소식이 메인뉴스를 차지했다. 이 덕분에 춘천 '소양강댐'은 어느 해보다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댐인 만큼 소양강댐 수위는 가뭄과 홍수의 기준이 되곤 한다. 가뭄이나 홍수를 전하는 TV 뉴스에서 소양강댐의 모습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가뭄과 홍수의 클리셰'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8월 25일, 소양강댐은 6년 만의 방류를 결정했다. 그동안 내린 폭우 때문에 소양강댐의 수위가 홍수기 제한 수위인 190.3m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규모가 규모인지라 소양강댐은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댐 건설 이후 44년 동안 겨우 14번(2017년 포함)만 수문을 열었다고 하니 그 모습을 직접 본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임에 틀림없다.
수문 개방시간 오후 2시를 30분가량 남기고 소양강댐 주차장에 도착했다. 분명 여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소양강댐 방향으로 언덕을 올랐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소양강댐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오후 2시 정각이 되자 소양강댐은 가운데 수문을 시작으로 거대한 물줄기를 뱉어내기 시작한다.
100m가 넘는 높이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 나이아가라 폭포가 50m라고 하니 그 두 배가 넘는 높이다. 감히 자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소양강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공의 웅장함에 감탄한다. 물줄기는 중력의 힘을 받아 힘차게 떨어지며 건조한 주변 대기를 촉촉하게 적신다. 물보라가 만들어낸 물 안개가 자욱이 피어난다.
6년의 기다림. 소양강댐의 명성에 희소성이 더해지며 이 경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춘천에 사는 동안에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최근 많은 비가 내려
소양강댐 수위가 제한 수위를 넘어서자
오늘 소양강댐이 수문을 개방했습니다.
6년 만에 시원한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이 몰렸습니다.
- 2017년 8월 25일, 뉴스데스크 강원 -
[TRAVEL TIP] 소양강댐
소양강댐 방류를 보기 위해서는 소양강댐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20-30분 정도 언덕을 올라간 중턱 정도의 위치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언덕을 넘어 소양강댐 꼭대기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방류 날에는 사람들이 몰려 차량을 부분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여유있게 출발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