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뷰가 멋진 춘천 카페 'Urban Green'
춘천을 이야기할 때, 꼭 말하고 싶은 곳이 있다. 로컬들만 간다는 닭갈비 집도 아니고, 몇 년에 한 번씩 문을 여는 소양강 댐도, 알쓸신잡의 잡학 박사들이 찾았던 박물관도 아니다. 잔잔한 강물을 바라보며 나만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곳, 바로 의암 호숫가에 위치한 이 카페다.
춘천에도 서울처럼 강남과 강북이 있다. 소양강과 의암호를 중심으로 춘천역과 터미널 등이 위치한 흔히 말하는 시내인 '강남'과 화목원과 농지, 주거지 등으로 이루어져 비교적 한산한 '강북'으로 구분된다. 시내를 벗어나 강남과 강북을 잇는 소양 2교를 건너, 강변을 끼고서 좋아하는 음악을 세 곡 정도 들으며 달리다 보면, 작은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의 풍경에 빠지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로 외관이 굉장히 평범해 고개를 갸웃할 수 있지만, 카페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망설임'은 '탄성'으로 바뀐다.
멀리 보이는 대룡산이 균형을 잡아주고, 중도(中島)의 자작나무와 단풍나무숲은 허전함을 채워준다. 그 앞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의암호는 안정감과 동시에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끔 모든 테이블들은 우향우(右向右) 자세로 놓여있는데 그 모습마저 왠지 모르게 편안하다.
그래서인지 나 홀로 춘천 생활에 지칠 때마다 이곳을 찾게 된다. 음악도 듣고, 글도 쓰고, 못 그리는 그림도 그려 본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시인이 될 수도 화가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물' 앞에서는 감정이 말랑말랑해진다. <미라보 다리>를 노래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센 강을 바라보며 옛사랑을 노래했고, <여수 밤바다>를 보며 "너와 함께 걷고 싶다"고 외치던 버스커버스커도 물을 보며 감성에 젖었다. 심지어 민박집을 운영하던 이효리와 아이유도 바다의 석양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터놓지 않았는가. 바다든 강이든 물 앞에서 감성적이게 되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카페는 강물을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는 풀밭 테라스와 모던하고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내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햇볕이 너무 강하다거나 비가 온다든지, 너무 덥거나 추운 날에는 카페 안쪽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 있다.
입구 바닥에는 "안녕, 낯선 사람"이라고 크게 쓰여 있다. 영화 <클로저>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주드 로에게 건네는 첫 대사인데, 이 한 마디로 처음 마주친 둘은 사랑에 빠진다. 나탈리 포트만의 아름다운 외모와 무심하면서도 매혹적인 말투는 지금까지도 귓가에 맴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가면 커피 한 잔이 이방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만 같다.
메뉴가 특별하거나 인테리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든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
내 친구 H는 내가 SNS에 올린 이곳의 사진을 보고, 그다음 날 바로 춘천행 기차를 타고 이곳을 찾아왔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곳의 사진을 보고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고. H는 이곳을 '스위스'라고 칭했다. 그는 "스위스에 가본 적은 없다"고 했지만, "인터라켄에 간다면 꼭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했다.
여행이 뭐 별거 있나 싶다.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유명한 관광지를 가지 않아도 된다. 일상을 잠시 잊은 채 좋아하는 영화를 생각하거나, '아무 말 대 잔치'하듯 내 마음대로 글을 쓴다거나. 이렇게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곳으로 자주 여행을 떠난다.
[TRAVEL TIP] 어반그린
이미 SNS에서 멋진 경치로 핫한 카페. 아메리카노 5천원. 과일주스는 6-7천원 선. 의암호의 멋진 경치를 더 잘 느끼려면, 하늘이 예쁜 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춘천 시내에서 81번, 82번 버스를 탑승하면 되지만, 배차간격이 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택시요금은 춘천역 기준 12,500원, 터미널 기준 14,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