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시모음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詩集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같은 여자.
[출처 :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