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자 회사원인 나는 때로 참 서글프다..
결혼 전, 엄마 아닌 아가씨로 회사생활을 했을 때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출산휴가를 간다며 떠나는 여선배들이 부러웠고, (그 선배들은 10개월간 불러오는 배를 어루만지며, 힘겨운 회사 생활을 했었겠지만,, 나에겐 그저 갑작스럽게만 보였다.)
육아휴직까지 붙여 쓰면 무려 1년 넘는 시간을 적을 두고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부러웠고, (매일 늦잠 자고, 여행도 가고, 책도 읽고, 무엇보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너무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잊을만하면,, 아이 낳은 흔적을 모두 지우고 더 날씬하고 예뻐져 돌아오는 그 선배들처럼 (남모를 피 땀 눈물이 있었을 텐데.. ) 언젠가 나도 홀연히 떠나고 홀연히 돌아오고 싶었다.. (무려 당시엔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ㅎㅎ)
그런데 또 한편, 엄마의 신분으로 일하던 선배들이 육아 및 집안일을 핑계로(당시엔 핑계로 느껴졌던) 바쁜 중에도 일찍 퇴근하거나 수시로 연차를 쓰고, 틈만 나면 마트 배달 주문 및 육아용품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으며, 또 다른 유형으로 육아와 집안일은 나와는 전혀 별개라는 듯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기 위해 힘겹게 프로 정신을 발휘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그저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모두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임을..
당시의 나는 너무도 철이 없고, 경험도 미천한 어린애에 불과했음을 이제는 안다.
(예의와 정성이라며, 출산한 선배의 산후조리원에 선물을 들고 찾아가는 일은.. 지금이라면 안 했을 텐데..)
세월이 흐르고 흘러, 무려 두 번의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와 다시 일하고 있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평범한 핑계쟁이 회사원인가, 엄격한 프로페셔널인가.. 나는 아무래도 전 자인 것 같다.. ㅎㅎ
엄마이자 회사원인 나는 때때로 많이 서글프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정말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온전히 일에만 집중할 수 없어서 종종 나 자신이 한심해진다. 후배 직원들이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들 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나의 상태를 비밀로 하고 싶지만, 나만 비밀이고 다른 동료들은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한껏 치장하고 가꾸고 개성을 뽐내는 후배 직원들에 비해, 바쁜 아침, 빠르고 간편한 것이 제일인 나의 행색은 초라한 것만 같고, 그런 미혼이거나 아직 아이가 없는 직원들과는 대화의 결도, 생각도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때때로 그들은 엄마 회사원인 나와 자신들 사이에 선을 그으며 '역시 엄마는 다르다거나, 주부는 다르다'는 식의 말을 하는데, 그것은 나에게 정말 '상처'다.. 나도 한 때는 누구보다도 얼리어답터에, 맛집 전도사로 불리는 우리 회사의 힙스터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렌드에 앞서 가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뒷전에 내몰리다니..
그런데 일일이 신경 쓰는 내가 예민한 것일까, 더 엄격하고 부지런하게 미혼 시절 아가씨처럼 꾸미고 행동하지 못하는 나는 게으른 것일까, 2년이나 애를 키우고 왔더니 정말 일에 감이 떨어진 것일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생각하다 보면 때론 꽤나 서글퍼지고, 그래서 퇴근 후에 머그컵에 맥주를 따라 몰래 혼맥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며 눈물을 찔끔 흘려보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인 회사원인 나는 정말 계속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엄마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좀 덜 벌어도 좀 덜 쓰고 살면 되지 않을까 싶고, 일이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집에 있더라도 가만히만 있고 싶지 않은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다 보면, 역시 장사할 밑천이나 노하우도, 남다른 재능이나 손재주, 자격증 같은 것도 없으니..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게 최선이구나.. 하는 결론에 다다르는 도돌이의 루프.
그럴 때에도 다시 힘을 주는 건, 역시 '아이들' 뿐이다.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내 눈에 콩깍지인 우리 아가들의 얼굴을 보다 보면 '그래 나에겐 이렇게 예쁜 보물들이 있는걸, 사람이 모두 가지려 하면 욕심인 거지.. 나는 이렇게 좀 부족해졌지만, 우리 아가들은 이렇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으니.. 그것만도 훌륭한 일이지 하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엄마인 회사원은 참.. 힘이 든다. 그렇다고 특별한 대접을 받자니 Fair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Excuse 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결국은 배려를 요청하게 된다. OTL (갑자기 아빠인 회사원도 그러한지 궁금해지네..)
누군가 지금의 나도 잘하고 있다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