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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섬 Jun 07. 2023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 와서 너의 곁에 누워있는 지금

포근한 27개월 아이의 품

어린이집 이슈, 집안일, 회사 등으로 정신과 몸이 너무 힘들었던 날도 벌써 지난주, 3주 전의 일이다.

[이 글은 그때를 기준으로 작성함]


지난 일요일에 몸이 안 좋았던 아이는 다시 컨디션을 회복했다. 오늘 오후 반차를 쓰고 아이를 봐주시던 이모님과 바통터치를 했다. 아이는 마침 낮잠을 자고 있었다. 중간에 잠시 눈을 떠서 ‘응 엄마 왔어’ 하고 다시 폭 안아주니 다시 잠들었다.



분리불안이 있는 것 같던 아이에게 불안을 떨쳐주기 위해, 항상 어디를 갈 때마다 설명하고,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같이 가자, 같이 갈래? 얘기해 주니 더 좋아하는 아이. 아이가 '저리 가!' 하면 섭섭해하며 살짝 멀어졌더니 싫어하는 약간의 청개구리 기질을 보이는 아이에게 ‘아니! 엄마는 S 옆에 있을 건데!’ 하면서 더 꼭 안아주니 오히려 웃는 아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닌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이런 나의 행동들은 아이가 더 어렸을 때에는 더 잘하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13개월~14개월쯤 처음 들어갔던 어린이집(기관)에서도 적응을 잘하고 잘 놀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익숙해져서 오빠와 나는 또 해이해졌던 것 같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전과 같은 행동으로 대하니, 아이는 더 울지 않고, 오히려 더 잘 놀아주고, 인사도 잘해주고, 분리불안도 많이 좋아졌다.


역시 시간이 답이었던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오빠가 행동이 변하지 않았다면 똑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었을 것 같다. 아이는 도화지와 같아서, 역시 부모의 역할이 컸던 듯하다.


언제 한 번, 오빠와 아이와 함께 셋이서 산책을 하는데, 남자아이가 있는 부부를 스쳐 지나갔다.

아이는 6살쯤 됐을까? 꽤 큰 아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아이니까, 나이가 있는 아이니까, 누가 봐도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저 정도 되면 그냥 '풀어놓고 키워도 되는' 수준인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가 잠시 멈추더니 아이를 보며 'OO야, 엄마 잠깐 두고 온 게 있는데 저기 다녀올게?' 하고 자신의 행선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아. 그렇구나.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아이가 아무 말 없이 갑작스레 엄마가 어떤 행동을 하면 놀랄 수 있으니 저렇게 얘기하는 것이 맞는구나.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떠나면(그런 적도 생각해 보니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나는 대학생이 된 때에도 걱정을 하곤 했었던 것 같다. 그건 남편이 나에게 그래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도 역시 나처럼 대해야 하는 인격체구나 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나도 돌아보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는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5월이었다.


나는 나와 남편의 사랑으로 만든 우리 아이가 참 소중한 사람이었다. 정말 생각보다 많이. 나는 존중의 방법이라고도 생각하면서 아이는 아이, 나는 나라고 항상 유념하며 지냈던 사람이었다. 나와 오빠는 아이가 어떤 아이로 성장하면 좋을지는 생각하고,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 방향성을 올바르게 제시한다고 행동하면서도 때로는 아이에게 '다칠까 봐', '더러워질까 봐' '아플까 봐' 아이의 행동을 막는 억압하는 부모는 아니었을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도 많이 있고, 도서관에서도 많이 보이는 육아책을 하나씩 빌려 읽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를 해야 했던 것은 어떠한 자격증이나 전문가로서의 발전이 아닌 엄마로서의 더 단단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이는 예쁘게 입히고 자신은 초라하게 입고,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관리하지 않고 사는 그런 엄마로 살고 싶지 않았다.(물론 그렇게 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렇지만 이러저러 이슈가 생긴 이후, 너무 모든 게 버거워지고 다 놓고 싶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회사를 놓고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아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나의 성격상 아이에게 100프로 올인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그건 최근에 읽은 육아서적에서도 가장 피해야 할 부모의 유형이라고도 했고.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면서 '나는 일하러 가야 해'라고 한다 ㅋㅋ 괜스레 핑계를 대자면, 아이는 사회생활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많다고 하니, 내가 더 단단한 엄마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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