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친구 없는 10일
지난주 일요일, 팀장님이 결혼을 하셨어요.
'나 신행 2주 가도 되냐'는 물음에 반농반진으로 '그러던지'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꼼짝없이 10일 동안 업무대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3일 차. 생각보다 할만합니다.
업무가 들어와도 나름 잘 쳐내고, 잘 헤쳐가고 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팀장님과 함께 미친 듯이 바빴거든요.
여하튼 실장님과 걱정하던 것과 달리, 그래도 어찌어찌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빠져서 회사가 돌아가지 않으면 그 회사가 문제 있다고 했는데,
우리 회사는 다행히 그런 편은 아닌가 봅니다.
10일 동안은 가정사에도 아무 일이 없어야 합니다.
아이가 아파 휴가라도 쓰게 되면 우리 팀에는 신입직원만 남아있어야 하거든요.
아무 일 없이 무탈하기를 기원합니다.
팀장님은 사실 제가 입사한 이래 처음 만난 3살 위 선배로,
같이 동고동락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가끔 막 대해도 유쾌한 언니면서도, 인생에 있어 따끔하게 가르쳐주는 선배면서도,
제 머리 못 깎기도 하는 스님이기도 하고, 일처리가 능수능란한 멋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으로 다른 사람 결혼식을 꿈까지 꿨었네요.
제가 육아를 하는 사람이라, 함께 공유할 것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얼른 아이가 생겨서 육아의 카테고리에 함께 들어왔으면 합니다.
잠깐, 그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하는 1년 3개월을 꼼짝없이 혼자 있어야 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잠시 우울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뭐, 그거야 그쪽 계획과 미래니까 제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요.
회사 친구가 없다는 게 이렇게 심심하고 서글픈 일이구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사람이 좋다는 이유로 회사를 다녀서 그런가 봐요.
매일 옆에서 웃던 사람이 없다는 게 이렇게 쓸쓸한 일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업무를 하는 시간에는 사실 별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웃을 일이 많이 없어지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오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업무로 더 피곤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팀장님은 탄자니아에 있으니 연락은 금물이죠.
무튼, 여긴 별일 없습니다.
친구 없는 10일이 언젠가는 친구 없는 1년 3개월이 될 수도 있으니,
조용히, 즐겁게 잘 견뎌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