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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Jan 09. 2022

일요일 오전, 맥주

한 주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 주말까지 일을 채워해야 할 때는 주말이 참 밍숭밍숭하다.


온전한 다음 휴일은 언제인지를 따져보며, 다시 한 주를 채워야 오롯히 나만의 휴일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숨이 가쁘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르는 날들이었다.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 아닌 여분의 시간에는 주책맞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컥 목울음을 토해내는 것이다.


밥을 먹다가도 울컥.

잠이 들다가도 울컥.

세수를 하다가도 울컥.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두렵고 불안해서 일까.


바라는 일을 이루지 못할 때에는 병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내 마음에 병이 생긴 것인지.


일요일 오전을 잠으로 흘려보내고, 늦은 아침을 먹으며 오후에 있을 일들과 다음 중의 일들을 머리에서 점검, 준비, 정리한다.


그리곤 울컥.


달고 찬 것을 싫어하지만 이럴 땐 시원한 무언가가 필요해 냉장고를 열었다.


담석때문에 사다 놓은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일요일 낮 12시, 늦은 아침 식탁에서 맥주를 촙촙 마셨다.


아침 일찍 교회에 가겠다는 나는 없다.


하나님 대신 맥주에 기대어 촙촙. 맥주를 마신다.


울컥대던 목 울음이 수월하게 눈에서 쏟아진다.


하나님도 나를 용서해주시겠지..


지금은 시원하게 울고 평안한 마음과 편안한 잠이 필요해요. 하나님.



아니면 당신의 깊고 넓은 사랑이 필요해요. 하나님.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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