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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Feb 03. 2022

[남편의 퇴사일기] 쿠팡잇츠를 시작하다


우리에게 간절한 건 시간이었다.

새벽 4:30에 출근해서 밤 11시쯤 눈이 반쯤 감겨 들어오는 남편을 보자하니 내 마음은 더욱 급해지고 불안했다.

더 빨리 자산 시스템을 만들어 남편을 걱정하지 않고 싶었다.

그래서 밤낮으로 부동산, 주식을 닥치는 대로 공부했고 들이댔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것 처럼 난 소화가 되지도 못하고 계속 먹어대고만 있었다.

계속 지쳤고 조급함이 열정을 이기고 결국은 나를 잠식시켰다.

나아가야하는데 오히려 더 머뭇대고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나았을까.

공부하며 보고 알게 되는 것이 많아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남편은 퇴사를 결정했다.

우리끼리 충분히 얘기할 시간이 시간이 필요했다.

내 방학기간에 맞춰 남편은 퇴사를 했고 약 3개월 정도의 월급을 빠듯하게 만들고 무작정 우린 백수가 되었다.

막상 퇴사를 하고 나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더 머리가 복잡했다.

우리 이것도 하자, 저것도 하자 했던 계획들은 흐지부지 흔들렸고 마침 구정연휴에 맞닿아 우린 연휴라는 핑계로 잠만 실컷 잔 것 같았다.

점점 답답해졌다.

우리 대출이자와 계약금을 만들어야 하는데... 점점 불안해졌다. 불안해지니 부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치미는 부화를 막으려니 우울함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퇴사 하루만에... 역시 난 조급증이다.

그리고 퇴사 3일차.

쿠팡잇츠 배달 한번 해볼까.

오전 내 임장을 하고 3시쯤 집에 돌아와 잠시 쉰다고 누웠다가 8시까지 푹~ 잠을 자고 깨고 나서 남편을 말이었다.

잠만 잔다고 욕먹을 일이 걱정돼서였는지...

그래! 해보자~! 딱 3개만 해보자.

그렇게 우리 첫 배달 알바가 시작됐다.

시작한 시간이 밤 10시여서 그런지 길에 차도 없고 조용하고 드라이브를 나온 것 같이 둘 다 기분이 좋아졌다.

3건쯤 하다보니 보이는 이벤트! 첫 배달에 5건을 하면 3만원을 더 준단다.

그럼 우리 해보자!

자정까지 45분! 2개를 더 해야 한다.

갑자기 타이머가 돌아가니 화장실이 가고 싶다.

으악... 어쩌지...

간신히 5개의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괜시리 남편이 측은하다.

본인은 즐겁단다. 그렇다면 오늘은 5개에 이벤트 5만원을 벌었으니

내일은 3만원만 벌어보자.


한밤 중 드라이브 하며!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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