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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Aug 09. 2022

흰 머리카락과 조카


어느새 자란 흰 머리가 눈에 띄었다.

처음 흰 머리카락 한 올이 보였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정수리 부분에 한 올이 두 올, 세 올 보이더니 이제는 그 부분은 뽑기엔 날을 잡아야 할 정도로 많았졌다.

6살 조카아이랑 손을 씻다가 내 정수리에 빛나는 하얀 머리카락들이 눈에 거슬렸다.

쪽집게를 찾아 자리를 잡고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좀처럼 잘 잡히지도 않고 뽑아도 계속 나오는 흰머리에 슬슬 오기가 오르고 있었다. 조카가 나를 가만히 보더니 ‘이모~ 할머니랑 비슷하네’ 한다.

엄마의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뜯는 습관과 비슷한 걸까?

그러더니 방을 나가서 이모부와 놀더니 ‘이모부 잠깐만!’ 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쪼로록 내게 와서 화장대에 손선풍기를 내 앞에 놓아준다.

작은 손으로 켜보지만 켜지지 않자 다시 쪼로록 뛰어 나가 이모부에게 높은 서랍장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달라고 한다.

그리고 내게 들고 온 또다른 손선풍기!

이건 새거라서 잘 될 거야’

손선풍기를 틀어주고 또 나가서 논다.


이 작은 아이에게도 사랑이 있고 배려가 있고 아낌이 있다.

흰 머리가 많아진 게 귀찮고 뽑아주는 이가 없어 불편하고 세월이 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괜시리 서글프지만 어린 조카아이의 마음의 성장에 감동을 느끼며 위로가 된다.


근데 흰 머리카락 어쩌지?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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