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다 보면 떠오르는 어린 시절 청국장
아지랑이 솔솔 피어나듯 어디선가 냄새가 날아와 코끝을 간지럽힌다.
저 멀리 햇살 속을 종종걸음으로 오시는 어머니 머리 위에는, 점심을 나르는 소쿠리가 보이고 음식 냄새는 어느새 코끝에 먼저 도착해 있다. 소쿠리 안 청국장 냄새는 순식간에 산골 밭 전체를 소리 없는 소음으로 자욱하다. 찐한 향을 따라간 마음은 온전히 음식을 향해 있었고, 고단한 정오와 주변은 냄새로 인해 사라져 버린다. 어렸을 때 두메산골 살던 풍경은 가끔 날씨에 따라 하늘 구름 안에서도 피어나고, 음식 냄새에서도 피어나, 어느새 자동적으로 동심 속 기억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부지 점심 드세유?"
멀리서 밭고랑을 만드시는 아버지께서는 하던 일을 멈추시고, 아무런 대답도 없이 걸어오신다.
오랜만에 목줄이 풀린 멍멍이는 엄니를 따라 나와 목에 달린 방울을 딸랑거리며, 밭고랑을 정신없이 헤집고 다닌다. 밭 한켠의 감나무 밑에서 펼쳐진 점심은 반찬 둬가지에 청국장 하나지만, 꼬르륵거리는 허기진 뱃속은 그야말로 꿀맛이라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색다른 맛으로 굶주린 세포에 쩍쩍 달라붙는다. 그 맛은 세포와 뼛속마저 각인되어 어른이 된 지금까지 깊숙이 남아 있다.
한켠에서 점심을 드신 아버지께서는 소화라도 하시려는 듯, 한 모금 담배 연기를 파란 하늘 위로 구름을 만드시고, 감나무 위 땡감들 사이로는 빨간 홍시가 대롱대롱 후식이라도 줄려는 듯 달려있다.
다 큰 성인이 되어 일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며 색다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기도 했지만, 인이 배긴 한국의 맛과 습성은 어딜 가서든 비슷한 냄새라도 날라치면 잊지 않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 절제가 잘되지도 않으며, 욕구를 너머 욕망으로도 넘어가기도 한다.
한때 마음공부를 위해 명상과 수행을 한다고 몇 개월간의 소식과 10일간의 단식, 그리고 이어지는 간헐적 단식을 해 보았지만 식욕에 대한 욕망은 정말 참기 힘든 고행 아닌 고행였다.
물론, 그로 인해 느끼고 알 수 있었던 여러 경험 중 음식의 소중함과 더불어, 필요 이상으로 안 먹어도 됨과 동시에 음식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끼는 체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굶주린 세포들은 이웃집 저녁 식사 준비라도 하고 있을 때는, 여지없이 본능적으로 잊고 있던 기억들을 무의식에서 잊지 않고 사정없이 낚아 올려 댔다.
해외에 살면 그리운 맛을 접하기 힘들어 때론 옛 맛의 식욕이란 고행 아닌 고행이기도 하다. 그렇게 간혹 진하게 다가오는 그리운 맛과 향수는 한국 식품점으로 인도하게 되기도 하는데...
한때 가던 마트 이름은 한국의 유명한 기업 이름이었다. 어떤 이유로 주인께서 사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글 간판과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 식품점 마트에서는 다양한 한국 제품과 오래전 이민 오신 분들이 만든 각종 반찬 등도 팔고 있기도 했다.
그분들께서 만드신 음식의 맛은 단순하면서도 아주 깊은 오래전 옛 맛으로 어린 시절을 자극하기에 그만이었고, 혀와 코는 그 시절 그분 그리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맛을 상기시켜 주었다.
현대식 맛과 다르게 촌구석 같은 순수한 옛 맛은, 나의 기억 저편 깊은 곳에 있는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추억 한 자락이 있는데, 당시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배고픈 날 위해 남은 밥이 없었던 어머니께서는 옆집에서 밥 한 공기 빌려와,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찬장에서 내왔던 반찬들을 기억시키곤 했다
어린 시절의 동심 속부터 익어온 세포는 기억이라는 맛과 추억 한 자락의 이야기를 남겨 놓았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 남쪽 나라에서 살게 되어,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지만 여전히 기억 속 향수는
비스무리한 냄새라도 날 때면, 입속에 침이 고이고 뇌를 자극시킨다.
'오늘은 왠지 라면이라도 먹어보고 싶다... 꿀꺽 꼬르륵~~'
그리운 고향의 맛의 추억은, 산골 소년의 봄 향기 그림자처럼 여운만이 남아 있다.
내일은 그리운 엄니께 전화라도 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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