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문화와 생활
"블라 블라 블라 Blah~~~ ..."
사무실 한켠 쉼 공간에서 알듯 모를 듯 웅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그리고는 직원 한 명이 내게 다가온다.
"차장님 혹시 냉장고에 김치 넣어 두셨어요?" 직장 동료가 묘한 얼굴로 묻는다.
"응 왜?" 나도 묘한 얼굴로 응시한다.
"직원들이 이상한 냄새난다고 난리네요. ㅎㅎ"
멀고 먼 나라에서 일하게 된 나는 한국 음식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한국인 직원이 한국 식품점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랜만에 생각난 김치가 그리워 직원에게 부탁해 총각김치를 샀다.
배추김치는 생각은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총감 김치는 유독 침이 고일 정도로 생각이 났다.
이 나라에 이민 오셔서 사시는 분이 만드셨다는데, 정말 어려서 먹던 찐한 맛과 흡사했다.
그런 김치를 다음날 받아서 퇴근 후 집에 가져갈 요량으로 비닐봉지를 겹겹이 싸서 냉장고에 넣어 놨는데도 불구하고...
"앗... 분위기가..."
순간 학창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를 가져가 온통 김치 국물로 책과 가방이 젖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민망한 얼굴로 교실에서 버스 안에서... 수줍어했던 그때 그 추억의 그림자 같은 역습...
그렇게 그때의 얼굴 표정을 하며 어설픈 그 나라 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한국 음식과 요리에 대해 핑계 아닌 설명을 하곤 잽싸게 사내 냉장고에 있던 김치와 라면 등을 꺼내 차에 싫었다.
미안할 것도 없는 것일 수 있었지만, 냄새로 인해 사무실 분위기가 바뀐 건 어찌 보면 나의 관리 잘못이기도 했다.
그렇게 민망한 상황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랜만에 먹어보는 라면에 총각김치는 '아사삭' 배어 무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하루의 민망했던 시간은 날아가 버렸다.
역시나 오랜만에 먹는 향수의 맛은 라면 하나로 부족해 마시지 않고 아껴서 남겨둔 국물 안에 밥 한 공기를 사정없이 빠트린다.
"첨벙"하면서 빠진 쌀밥은 수저에 사정없이 으깨어지고, 바로 입안으로 돌진한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매운맛과 뜨거운 라면의 국물은 얼굴 전체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심지어 콧물까지 입술 쪽으로 흐른다.
맵고 뜨거운 맛을,.. 시원하다는 맛이라고 표현하기 적절한 상황이다.
배불리 다 먹고 나서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누가 듣든 말든 곱게(?) 트림을 하고, 흐르는 땀은 시원하게 찻물로 씻어낸다.
'아~~ 오랜만에 뭘 좀 먹은 것 같네' 나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온다.
아무래도 허기진 뱃속보다 허기진 마음이 채워진 듯 그날 저녁은 소박하면서도 풍성한 시간이었다.
맛이란 놈은 가격을 떠나서 향수와 추억이다. 그리고 생명의 욕구이자 욕망이기도 하다.
그렇게 욕망을 채우니, 마음속 잡음이 줄어들기도 한다.
낯선 이국땅, 낯선 언어, 낯선 문화에 알듯 모르듯 겹겹이 싸이 던 하루의 스트레스가 해소된 듯만 하다.
음식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하루의 옛 추억이 유독 생생하게 올라오는 날이다.
시간이 지나 전 세계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흔들고 있는 지금 한국 식당들도 닫아버리고 떠난다는 분들 소식이 들린다. 많지 않은 한국 교민 분들과 식당들이 떠난다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유난히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나는 저녁, 다시 한번 한국 음식이 유독 생각나는 밤이다.
내일은 왠지, 현지 라면에 남은 고춧가루와 고추라도 넣어 먹어봐야겠다.
늦은 밤 마음이라는 놈을 달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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