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강: 낯설게 하기의 구체화

by 정윤


낯설게 하기는 익숙한 것을 기이하게 보고, 당연한 것을 낯선 풍경으로 전락시키는 기술입니다.

문학사에서 이 기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지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1. 프란츠 카프카 『변신』 : 기능의 상실과 신체의 이물질화

카프카는 인간의 몸을 '벌레'라는 낯선 생명체로 치환함으로써,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상적인 행위를 기괴한 노동으로 바꿉니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머리를 약간 들어보니 갈색의 돔 모양으로 된 배가 보였는데, 그 배는 활 모양으로 굽은 각질들로 나뉘어 있었다. 수많은 다리는 그의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파닥거리고 있었다."


실전 포인트: 작가는 주인공의 감정을 서술하지 않습니다. 대신 '돔 모양의 배', '파닥거리는 다리'처럼 관찰자의 시선으로 자기 몸을 묘사합니다. 익숙한 내 몸이 통제 불가능한 '물질'이 되었을 때, 독자는 극도의 낯섦을 경험합니다.


2. 알베르 카뮈 『이방인』 : 사건의 인과관계 제거

카뮈는 감정과 논리를 걷어내고, 오직 감각적 사실만을 나열하여 '살인'이라는 사건조차 무심한 풍경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태양의 불꽃은 내 뺨까지 들이닥쳤고, 눈썹 위에는 땀방울들이 맺혔다. 그것은 어머니의 장례식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아랍인이 칼을 뽑았고, 빛은 강철 위에서 반사되어 내 이마를 찌르는 긴 칼날이 되었다."


실전 포인트: 살인을 '분노'나 '원한'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태양 빛이 칼날이 되어 이마를 찔렀다'는 물리적 감각이 살인의 이유가 됩니다. 도덕적 맥락을 지우고 감각만 남기는 것, 이것이 현대 소설에서 가장 강력한 낯설게 하기 중 하나입니다.


3. 한강 『몽고반점』 : 인간을 식물의 논리로 치환하기

한강 작가는 인간의 성(性)적인 행위를 인간의 욕망이 아닌, 식물의 생리 현상으로 낯설게 만듭니다.


"그의 성기 위에서 핀 커다란 꽃이 그녀의 엉덩이 꽃과 맞부딪쳤다. 잎사귀들은 서로 엉켰고, 꽃가루들이 공중으로 비상하는 듯했다. 그것은 더 이상 남녀의 교합이 아니라, 거대한 정원 속에 놓인 두 식물의 무심한 번식처럼 보였다."


실전 포인트: 살집과 근육의 움직임을 '식물의 꽃과 잎사귀'로 치환했습니다. 독자는 익숙한 성적 행위에서 육체적 열기 대신, 서늘하고 기괴한 '식물적 풍경'을 보게 됩니다. 인간을 인간이 아닌 종(種)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예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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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문학 21> 수필 등단, 200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 2008년 <실크로드의 왕 고선지 1, 2권>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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