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의 빗장을 열어 눈부신 색깔들을 보고 싶어
유솔아, 네 아빠가 딱 네 나이였을 적엔 대문 밖 골목에서부터 온 동네가 떠들썩했단다.
"메칸더 메칸더 메칸더 브이! 랄라랄라 랄라랄라 공격개시!"
노랫소리가 들리면 할머니는 미리 현관문을 활짝 열어 두었지.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씩씩하게 걸어 들어오는 네 아빠는 금방이라도 지구를 구할 영웅처럼 기세가 당당했단다.
"카피카피 룸룸, 카피카피 룸룸."
모래요정 바람돌이 주문을 외우며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그 명랑한 꼬마가 바로 네 아빠였어.
그런데 우리 유솔이는 어쩌면 그리 아빠랑 딴판인지 모르겠어.
유치원 재롱잔치 날, 무대 조명 아래 서 있는 네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았거든.
"유솔이 잘한다! 유솔이 최고!"
네 아빠는 객석에 앉아 목이 터져라 응원을 보내더구나.
너는 아빠를 향해 한번 활짝 웃어주고는, 이내 진지한 얼굴로 노래와 율동에 푹 빠져들었지.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네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깜찍하던지, 꼭 안아주고 싶었단다.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이 노래는 할머니도 좋아하는 노래인데 유솔이 네가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반딧불 흉내를 내는 네 고운 손짓에 할머니 마음도 덩달아 일렁이며 울컥했지.
하지만 너는 신기하게도 집에만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술을 꼭 다물어버리지.
노래 한 번 해보라고 아무리 말해도 입을 꾹 다문 채 배시시 웃기만 하는 너.
할머니는 수줍은 네 마음속 보물 상자에 그 예쁜 노래들을 얼마나 깊이 숨겨두었을까 궁금해진단다.
네 엄마 아빠조차 유치원 무대 위에서나 네 노랫소리를 들었다니, 유솔이 노래 한 소절 듣는 게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소원이 되어버렸구나.
아빠는 온 세상을 향해 나 여기 있노라 크게 소리치며 자랐지만, 우리 유솔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반딧불처럼 자기 안의 빛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중이겠지?
수줍어서 노래를 꼭꼭 숨겨두어도 괜찮아.
언젠가 네 마음의 빗장이 스르르 열려 우리 집 거실 가득 네 노랫소리가 흐르는 날, 할머니는 세상 그 어느 음악보다 귀하게 그 소리를 담아둘 거야.
지금처럼 건강하고 맑게, 네 안의 눈부신 색깔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자라주렴. 사랑해, 우리 유솔.
꿀꿀꿀 꿀꿀이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