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렸을 적에

할머니의 서툰 사랑법

by 마도

사랑스러운 유솔아!

우리 유솔이가 학생이 되었다지?

쪼그만 꼬맹이였던 네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니 믿기지가 않는구나. 그래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라 가까워서 참 다행이다. 학교에 적응도 잘한다는 얘기를 아빠에게 들었을 때 할머니는 정말 기뻤어.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는 너를 보며 네 아빠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떠오른다. 네 아빠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할머니 손을 잡고 학교에 갔었어.

할머니는 학부형이 됐다는 생각에 울컥하면서도 아빠를 잘 키워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단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네 아빠가 어릴 때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어. 너무 사랑스럽고 귀한 아들이었지만 일부러 엄하게 길렀단다.

유솔이 너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겠지만, 너무 받들어 키우면 나약해질까 봐, 이 험난한 사회에 적응을 못 할까 봐 그게 할머니 나름의 사랑 방식이라 생각했었거든.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우산을 갖다 주지 않았어. 네 아빠는 으레 그러려니 하고 겉옷을 벗어서 뒤집어쓰고 오거나, 친구의 우산을 같이 쓰거나, 가방을 머리 위로 받치고 할머니가 하는 학원으로 오곤 했어.

준비물을 빠뜨리고 갔을 때도 갖다 주지 않았지. 준비물을 못 챙겨 와 수업에 지장이 생기면 정신 차리고 앞으로 잘 챙기겠지 하는 마음에서였어. 지금은 학교에서 다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지만 네 아빠가 어릴 적엔 반드시 본인이 챙겨야 했거든.

그런데 이 할머니가 네 아빠에게 지금까지도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어.

초등학교 1학년인 네 아빠가 감기에 걸렸을 때였어. 아픈 아이를 혼자 병원에 보냈단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글쎄, 할머니가 그랬어. 가서 아픈 증상을 자세히 말하고 진료 후 약 받아 오라고 시켰지. 네 아빠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아무 말 없이 혼자 병원에 갔어. 할머니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네 아빠 뒤를 몰래 뒤따라갔단다. 병원 앞에 숨어서 한참을 기다리다 보면, 진료실을 나온 네 아빠가 약봉지를 손에 들고 타박타박 집으로 걸어갔지. 할머니는 또 살금살금 네 아빠를 뒤따라가곤 했어. 네 아빠가 집으로 들어가면 할머니는 한참 밖에 서 있다가 어디 외출 갔다가 오는 것처럼 집으로 들어갔지. 아빠는 혼자서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곤 했지. 할머니는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 주곤 했어. 아이고 우리 아들, 아주 잘했어. 하면서 말이야. 그 후로도 네 아빠는 당연히 아프면 혼자 병원에 갔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의 칭찬을 받으며 스스로 잘 해냈어.


유솔이 너도 지금 수영장에 다니지? 수영장 차가 와서 너를 데리고 가잖아.

아빠 어릴 적엔 그런 차가 오지 않아서 직접 걸어서 가야 했어. 할머니는 네 아빠를 혼자 보냈단다. 마침 그때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아빠는 그 친구랑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수영장에 걸어서 갔어. 할머니는 네 아빠가 수영장에 잘 가는지 떨어져서 뒤따라갔지. 아빠는 지금도 모를 거야, 할머니가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 줄은. 네 아빠는 육교를 건너고 차도를 지나 무사히 수영장에 도착해서 수영을 하곤 했어. 할머니는 수영장 유리벽 너머로 네 아빠가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야 집에 오곤 했지.

그때는 그게 아빠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 믿었단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많이 미안해. 혼자 씩씩하게 걷는 네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할머니 마음도 참 많이 아팠거든. 혹시나 넘어지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이면서도 끝까지 아빠가 스스로 해내기를 기다려주었지. 그게 아빠를 강하게 키우기 위한 사랑이라 믿었어.


유솔아.

할머니가 아빠를 뒤에서 몰래 지켜보았던 것처럼, 이제는 할머니와 아빠가 함께 너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줄 거야. 네가 학교생활을 하며 때로는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너무 겁내지 마. 네 뒤에는 항상 너를 응원하고 지켜보는 가족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씩씩하게 첫걸음을 내디딘 우리 손주 유솔아.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네가 만들어갈 눈부신 학교생활을 할머니가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할게. 사랑한다.

꿀꿀꿀 꿀 꿀꿀이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