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도 슬픈 영화
딸아이가 방학이 되어 집에 와 있습니다.
늘 차분하던 집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아이는 밤이 늦도록 자지 않고 오전에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뭐라도 먹이려고 냉장고를 채워 두었지만 정수기에 냉수만 마시고 급하게 나갑니다.
문자를 보내도 빨리 답도 없고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도통 짐작이 가지도 않습니다.
신발장에 있는 신발은 죄다 나와 굴러다니고 있고 수건이며 옷들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습니다.
진지하게 얘기 좀 하자고 와서는 용돈을 올려야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방학은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이런 분잡은 와중에 자꾸 웃음이 납니다.
아침에 방문을 슥 열어 침대에 엎어져 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집니다.
겨울방학 때는 계절 학기를 듣는답니다.
점점 집으로 올 시간이 줄어들겠지요.
그러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어떤 덜떨어진 놈을 만나(어떤 놈을 데려와도 그렇게 보이겠지만) 결혼할거라고 하겠지요.
그리고 나면 명절에나 한번 볼 수 있겠네요.
자꾸 상상을 하다 보면 슬퍼집니다.
아침에 아이 방을 열어보면서 행복하고도 슬픈 영화를 보는 듯 묘한 감정에 빠져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