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요코 시장을 지나 닛뽀리 역을 향해 걸었다 우에노의 화려하고 번잡한 골목에서의 들뜬 분위기는 이내 차분해지고 숙연해지고, 그리고 서글픈 마음이 차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오후까지 내린 비로 바닥은 어쩌면 얼굴이 비치치 않을까 싶게 선명해졌다. 갑자기 슬퍼지는 건 어째서일까? 옛사랑이라도 생각난 걸까, 아니면 왜 사는 건지 같은 뜬금없는 질문이라도 생긴 걸까?
가능한 천천히 걸으려고 한다. 그런다고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신호가 바뀌어도 뛰지말아야지.' '결과는 생각지말고 순리에 맡겨야지.'
밤 바람은 차가워지고 집요해졌다. 날이 새려면 밤이 더 깊어야 한다. 새파란 새벽을 지나 눈이 부시게 하얀 햇살을 만나게 되면 이 밤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직 남은 인생이 길고 밤은 더 깜깜해지겠지만 그래도 대견하게 많이 왔다. 젊었을 적 우에노 공원을 떠 올리다 문득, 많이 살았구나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