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를 해야 하는데...
꽃샘추위라고 해서 두툼한 파카를 다시 입었는데 돌아서니 덥다. 일부는 세탁소로 일부는 폐기하는 쪽으로 그리고 남은 조금은 의리로 차마 버리지 않기로 한다.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겨울옷을 어쩔까 고민하다 문득 창밖 바라보니 이미 봄이다.
한 계절이 끝나버렸다는 사실.
옷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그런 생각이
아...
또 지나는구나..
이렇게 시절이 지나듯 세월이 지나고 청춘이 지나는구나..
화려한 노을 뒤로 이렇게..
이번에 못 입은 옷은 다음 계절에 꺼내 입으면 된다. 필시 다음에도 입지 않고 또 버리기 아까워 고민하겠지만 그래도 된다. 그러다 이 청춘의 다음은 어떨까 생각한다. 미루던 꿈은 계속 미뤄지고 그러다 폐기되고 한낱 꿈이었던 시절의 하소연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다음을 위한 나아감이 없으면 다음은 당연히 없다. 60 이후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려면 오늘 그날을 위한 재료를 다듬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되어 있을 거라는 착각을 믿다가는 자주 나에게 배신당하는 인생이 되고 말 것이다
옷장은 점점 비좁아지고 바라보고 있자니 생각은 복잡해진다. 정답을 알지만 답을 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우리의 옷장은 비울 수 없게 되고 우리의 꿈은 혼잡함에 길을 잃는다.
겨울 파커 주머니에 오만 원 권 지폐 한 장 있었으면 좋겠다.
내 옷 말고 아내 옷에.
그럼 조금 위로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