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태백 여행

태백 여행   


       

기어이 강원도 태백을 왔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척 무심하게 나와서는 강원도 태백까지 왔습니다. 생각만큼 먼 곳이 아닌데 어째서 이토록 만나기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의 초고를 다 쓸 때까지 그렇게 오고 싶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곳에 이제야 왔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고 여러 여행지를 생각했습니다. 강원도는 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마쳐야 한다는 바람처럼.

그렇게 알 수 없는 끌림이 여기 강원도의 차분한 마을로 천천히 나를 당겨, 결국 오늘 만나게 되었습니다.   

  

겨울의 눈 덮인 태백과는 달리 7월의 뜨거운 이곳은 세상 어디에서나 있을 작은 소도시일 뿐이라는 인상입니다.

‘황지자유시장’에서 순대 국밥을 한 그릇 주문하고 ‘태백시 관광안내소’에서 받아 온 팸플릿을 펴 보았습니다.

읽다 보니 월요일은 관광지가 대부분 휴관입니다. 여름이라 특별히 기획된 야시장도 주말에만 합니다. 어차피 유명하다는 데를 보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 본다 하니 조금 아쉽습니다. 오늘은 그냥 여기저기 빈둥거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고를 이제 마무리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이곳까지 혼자 여행을 떠나게 했습니다. 거리 끝에 있는 여관 달셋방을 하나 얻어 한 달도 좋고 두 달도 좋고 못 견딜 때까지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겨울이라야겠지요. 그래야 강원도지 않겠습니까. 하룻밤에 한 문장씩 퇴고를 할 수 있다면, 이곳이 주는 영감이 얼마간은 나대신 책을 쓸 수 있게 한다면 한두 달이 어찌 아깝겠습니까.     


이제 카페에 앉아 가져온 원고를 펼쳐 볼 것입니다.

술술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고쳐 쓸 게 많겠지만 그래도 내 글인 게 드러나는 문장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고 내일 오후에는 바다를 보러 갈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은 싫어하지만 여름바다는 시원하겠지요.     


2박3일이지만 휴가를 낸 건 잘 한 것 같습니다. 작정하고 떠나는 대신 짧지만 훅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어 다행입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강원도_태백

#낯선거리_내게_말을건다

#다섯시의남자

작가의 이전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