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생활자
한 달에 한 번 낯선 교회로 출석한다.
그곳에서 예배를 드린다고는 하지만 사실 일을 하러 가는 것이다.
사회복지 재단에서 일하게 되면서 매달 마지막 주에는 기증을 받기 위해 여러 교회를 다니고 있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교회마다 다르다.
비슷한 시기에 리모델링을 했을법한 본당의 전체적인 배치와 색상은 닮아 있지만 풍기는 냄새는 왠지 다르다.
찬양대의 소리와 성경을 대하는 목사님의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 날카롭고 뾰족한가 하면 무디고 거친 목사님을 만날 때도 있다.
무엇보다 예배에 참석하고 있는 나 자신의 자세가 다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실 예배에 참여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하는 중이고 시간을 보내는 중이고 두리번거리며 의미 없는 판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신앙은 습관이 되었고 어느 정도는 멋지게 포장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누군가를 속여야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전혀 불편하지 없는 종교인이다.
한 달에 한 번.
익숙한 종교생활이 흔들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살짝 인다.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낯선 결단의 소용돌이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면 어쩌나 두렵다.
그런 순간을 어딘가에서 불쑥 만나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과장된 상상이긴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 두려움을 동반한다.
교회마다 밥이 다르다.
국수가 나오기도 하고 짜장 밥이기도 하고 찬이 여럿이기도 하다.
함께 간 동료와 그저 점심 한 끼에 대한 평가만 농담처럼 나누고 돌아올 수 있다면 그럭저럭 무사히 일을 마쳤다 하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