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박사가 추억이 되었다
메일을 받았다.
[공지사항] NHN여행박사 여행서비스 종료 안내
메일은 자주 확인하는 편이지만 대부분 홍보성 글이고 몇 개는 소속된 단체에서 보내는 보고서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렇더라도 매번 오랜 친구로부터 반가운 편지 같은 게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열어 보곤 한다.
오늘 받은 메일 중 ‘여행박사’의 영업 종료 안내문이 있었다.
잠시 추억에 빠져든다. 20여 년 전 출장으로나 여행으로나 매월 일본을 다닐 때 여행박사는 친구 같은 여행사였다. 자주 이용하다 보니 대구지역 담당자와도 개인적인 친분이 쌓였다. 간혹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회사 입장에서 얘기하기보다 같은 여행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서로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하나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들을 제치고 일본 송영 1위를 여러 번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행박사는 그 시절 나의 일본 여정의 동반자라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넓히면서 당연하겠지만 개인적인, 친구 같은 응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첫 마음을 준 여행사이기에 어릴 적 골목 같은 추억을 안고 늘 지켜봤었다. 오늘 메일 제목을 확인하면서, 내용을 읽으면서, 재개발로 어릴 적 동네가 아파트로 변해버린 현장을 목도한 것처럼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마닐라에서 생활하는 지금, 여행사의 영업종료 소식은 30년 가까이 일본을 오가던 그 시절이 송두리째 끝난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마닐라에 왔다고 일본과의 긴 세월을 금세 잊어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아쉽긴 하지만 여행사 그 자체는 추억이 되지 않는다. 가수 이문세나 해바라기의 어느 노래가 그 시절의 누군가를 기억나게 하는 것처럼 일본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던 그때의 내 모습이 문득 떠올랐을 뿐이다.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는 걸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영원한 게 있을 리 없지만 무심히 잊어버릴 수 없는 추억들이 아련히 흩어질 뿐이다.
#여행인_듯_일상인_듯
#다섯_시의_남자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