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여행은 일상이 되었다

by 다섯시의남자

그렇게 여행은 일상이 되었다


삶을 나누던 터전에서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닐라로 떠나온 지 닷새가 지났다.

십여 평 되는 숙소를 정리하느라 계획했던 일상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통이며 거울이며 플라스틱 바구니 같은 것들을 샀다.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스티커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말리는 일을 한참 동안 천천히 했다.

차를 빌려야 하는데 주차장을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고 집에 인터넷도 연결하지 못했다. 나 혼자라면 차나 인터넷이 급한 일이 아니겠지만 아내와 같이 생활하려니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그 외에 잡다한 것들로는 샤워기 수압이 낮다거나 비데를 구해야 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럭저럭 가정의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다.


아침에 BF홈즈에 있는 카페에 갔다가 처음으로 Grap을 이용해 돌아왔다. 목적지를 알려 주거나 요금을 흥정할 필요 없이 정확한 동선으로 정확한 요금으로 올 수 있었다. 참 편리해진 건 사실이지만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이 밋밋하니 재미가 좀 없어졌다.


이번 주일에는 마카티에 있는 한인교회에 간다. 4주간의 신입교육을 받고 나면 등록한 교회가 생기게 된다. 마닐라 한인사회에 한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4주가 지나 정식 교인이 되고 성가대에도 가입하고 그러다 보면 이 사회가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메트로 마닐라’를 넘어 지경을 넓혀볼 생각이다. 케손이나 안티폴로 시티도 궁금하고, 아래로 라구나 지역이나 바탕가스 시티도 돌아볼 생각이다.(그러려면 주차장을 속히 확보해야겠다.)


이번 주는 알라방 주변에 있는 쇼핑몰들을 둘러 봤다. 몰리토나 ATC몰, S&R 등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몰들이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장을 보고 카페를 다니고 식당들을 비교해 가며 주변 환경에 익숙해져 간다.

다음 주에는 영어학원을 등록한다. 하루 2시간 수업을 듣고 예, 복습을 위해 2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계획했던 대로 운동을 할 생각이다.


씻고 나와 거실에 서서 창밖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미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있다. 노을은 화려하고 새벽 공기는 청아하다. 한낮의 구름은 더없이 파랗고 비 오는 날은 소소한 추억까지 그립게 만든다.


그렇게 여행인 듯 일상인 듯 이곳에 젖어 들고 있다.


추신 : 좀 전에 대학 후배 자녀의 결혼식 소식을 밴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마땅히 가 보았을 것이다. 외국 살이 중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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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베란다에서 바라 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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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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