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의 자의식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년쯤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출판사도 연간 출간 일정을 정리하고 있나 보다.
“음... 마닐라에서 일 년쯤 살면서 기록을 하고 정리를 한다면 내년보다는 후 내년쯤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나도 염치없지만 물어봐 주는 출판사도 참 대단한 결단이다. 출판사 경영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도 계속 기회를 준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단번에 끌려 푹 빠지기도 하고 막연한 동경에 잠 못 드는 경우도 있다. 피아노를 배운다거나 뜬금없이 달리기를 한다거나 혹은 클래식 음악이나 두꺼운 자기 계발서 같은 걸 읽기 시작하기도 한다.
지금은 글을 쓴다. 쓰기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어릴 적 그 시절에 누구나 가졌을법한 문학 소년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 날 글쓰기를 시작하게 했다. 시작은 쉽게 한다. 늘 그래왔고 그러한 시작과 아쉬운 마무리가 부끄럽지 않았다. 쉽게 시작하면 쉽게 그만두기 마련이다. 실제로 나는 많은 것을 시작했고 지금은 하지 않는 일들이 많다. 뜸 들이다 시작조차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처음 열정이 식고 사이클이 바닥을 칠 무렵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글쓰기를 이렇게 길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작가로 불린다는 것은 전혀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베스트셀러는 고사하고 출판사에 적자는 내지 말아야겠다는 목표로 출간을 하면서도 어쨌든 쓰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쓰면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초라한 깊이와 결과물은 자주 좌절하는 자리로 끌어내린다.
작가라는 명함은 분명 멋있다. 하지만 멋으로 계속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글쓰기는 매 순간 내게 요구한다. 왜 쓰고 있는지, 어떻게 쓰고 어떻게 살 것인지, 그리고 계속 쓸 것인지 묻는다.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간다. 정답이 있을까마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 앞에 서서 나만의 정답을 찾고 있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나는 쓴 대로 살고 자 노력하는가
나는 글을 통해 사회에 어떤 유익을 줄 것인가
#다섯_시의_남자
#일상인_듯_여행인_듯
#마닐라에서_살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