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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즈 Aug 01. 2023

"1달러"와"100만 원"

케냐 'Sama'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만 원

  요즘 6급 장기연수과정에서 다양한 연수를 받고 있다. 

  학교 근무를 하며 연간 의무로 정해진 시간을 채우기 위해 듣던 연수와 달리 학교에서 벗어나 듣는 중이라 몰입도도 높고 과목의 다양성에 만족하면서 듣는 중이다.               

  얼마 전 미래 교육 흐름과 관련 수업에서 AI와 각종 스마트 워크 도구를 이야기하며 스쳐 지나가듯   

 "Sama"라는 기업의 이름이 나왔다.      

  강사는 바쁜 강의 시간 탓인지 그저 "Sama"라는 기업이 있다는 정도로 이야기하는 데 그쳤었다.     

  내심 저렇게 다뤄질 기업이 아닌데 싶었다. 마침 연수생 부대표로 점심시간에 강사님 식당 안내를 부탁받은 터라 다행이다 싶었다. 강의가 끝나고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건넬까 생각했었지만, 강사님은 점심을 먹지 않고 연수원을 떠났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Sama" 는 OpenAI의 아프리카 아웃소싱 파트너의 이름이다. ChatGPT의 다양한 데이터 작업 중 라벨 작업을 맡은 기업의 이름이다. 

  수많은 데이터 중 유해한 내용을 거르기 위한 아프리카의 케냐, 우간다, 인도 등지의 노동자가 고용되었고, 그들은 시급 2달러가 채 안 되는 돈을 받고 수개월 동안 아웃소싱 작업을 시행했다. 강간을 넘어서는 수위 높은 다양한 텍스트를 라벨링 하는 작업을 통해 Open AI 사용자가 자극적이고 유해한 내용을 접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이 일을 수개월 지속한 결과 많은 작업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여론은 나빠졌고 결국 예정된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고 이 사업은 중단되었다. 결국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TIME지 2023년 1월 18일 자 기사 Exclusive: OpenAI Used Kenyan Workers on Less Than $2 Per Hour to Make ChatGPT Less Toxic)               

  

  그리고, 또 다른 다문화 관련 수업 중 "100만 원의 가사도우미"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수업 내용은 다문화 관련이라 100만 원 가사도우미의 차별적 내용을 잠깐 언급했지만 워낙에 다룰 내용은 많고 강의 시간이 부족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못하고 끝났다.               

  

  이 두 이야기는 다른 듯 비슷하다.

     

  OpenAI와 ChatGPT는 올해 초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유튜버들은 앞다투어 ChatGPT를 다루고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이 이야기를 나눴다. 세대를 초월하는 이슈로 부각되어 얼리어답터라면 한 번쯤은 사용했거나 사용 중이다. 대부분 희망적인 내용이 많고 앞다투어 본인이 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멋진 사다리가 되어줄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노동자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가장 적합한 내용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인간 판단기준의 유의미성과 가치성이 필요하다. 수많은 쓰레기와 같은 데이터는 버리고 가치 있는 데이터를 구분하기 위해서 결국은 인간이 필요했다.      

  AI를 사용할 때 기계의 몰인간성을 가리기 위해서는 인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 작업은 누가 했던 것일까? AI를 사용하는 수많은 스마트워크 개발업체는 좋은 것, 옳을 것을 판단하기 어렵기에 나쁜 것을 치워버리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 본인들의 프로그램이 사용자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인간을 해치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나쁜 것을 구분하고 분류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값싼 노동력이 동원되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용자 중 누가 그 사람들을 알고 있을까? 그저 내가 한 질문을 쉬지 않고 줄줄 대답해 주는 AI의 능력에 감탄할 뿐 그 이면에 있는 사람을 아는 이는 없다.      

         

  서울시의 "100만 원 가사도우미"는 어떠한가? 맞벌이 부부의 시터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저렴하게 100만 원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Sama"와 무엇이 다를까?     

  물론 "Sama"가 진행한 데이터를 라벨링 하던 노동자가 훨씬 심각한 인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은 당연하다.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100만 원으로 육아의 대체가 가능한가? 그들이 원한다고 해서 그 임금으로 주는 게 맞는가? 애초에, 아이를 맡길 수가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인가? 기존의 노동자가 받는 월급이 부족해서 맞벌이가 더 늘어난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가? 길어지는 노동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인 건 아닌가? 늘어난 노동시간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노동을 끌어와 다시 노동시간으로 메우는 상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맞벌이 노동자를 위한 것인가 노동자를 고용한 사측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100만 원"의 임금을 생각하고 막상 왔지만, 기존의 시터들이 200~300만 원을 받는 것을 보고 그냥 감사하다고 일을 할까?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100만 원으로 계산하기에는 아이를 돌보는 것은 정말 만만찮은 노동이다.     

  우리는 200~3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주고도 구하지 못해 안달이던 시터들을 대할 때와 100만 원만 주면 바꿀 수 있는 시터를 대할 때 사람들은 태도는 변함없을까? 우리가 연봉과 급여로 그 사람과 그 나라를 판단하지 않을 보장이 있을까?               

 "Sama"의 노동자들은 자국 기준 넉넉한 시급을 받았지만, 그 대우는 OpenAI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1달러 노동자" 대우였다. 고액연봉자가 차고 넘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급" 1달러"로 정해진 노동자를 위한 노동환경 매뉴얼은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그들의 눈에 "1달러" 노동자는 그저 "1달러"로 대체되는 노동자로 비치지 않았을까?               

  

  우리는 과연 충분한 노동의 가치를 판단할 기준을 가지고 있나? 흔히 말하는 고도의 숙련된 경험 없이도 접근이 쉬운 직업군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의논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세상은 변한다. 우리 대부분은 기존의 직업에 밀려날 것이고, 그 가치는 평가절하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 노동에 대한 가치와 고민은 없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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