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강요당하고, 성적을 위해 친구들과 경쟁하고, 주위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해야 하는 아이들.
세상엔 공부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별로 없다. 사실 공부 이외의 더 많은 것들을 잘하는 사람이 있기에 이토록 다양한 직업의 전문가가 있는 법인데. 나라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특성화 고등학교에 지원하는데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를 원한다.
독서와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아이도 있고, 친화력이 뛰어나고 말주변이 좋아서 주변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이 있는 아이도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아이도 있고,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 아이도 있다. 그럼에도 세상이 정해둔 한 가지의 길로 가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첫째 아이는 베이킹을 좋아한다. 오늘도 휘낭시에 두 판을 구우며 어떻게 해야 더 예쁘게 부풀어 오르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중1이 되던 지난해에 베이킹 학원에 등록해 주었다. 좋아하는 걸 실컷 해보면 이 길로 가도 괜찮을지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주말반에 등록해 주었더니 아이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혼자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베이킹 학원에 갔다. 그리고 제과반과 제빵반을 모두 수료했다. 이듬해인 올해 2월엔 한 달간 열심히 독학해서 제과와 제빵 필기시험을 모두 합격했다.
주변 사람들은 왜 영어 학원이 아닌 베이킹 학원을 보내냐며 이런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어떤 학원이든 아이가 원할 때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게 아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실패하더라도 그건 아이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아이가 좀 더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려면 제과제빵이 실기수업에 포함되어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는 게 맞는 것 같았고, 주말에 학교 견학도 갔다. 결국 아이는 학업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뒤늦게나마 수학과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것도 본인이 선택한 길이었으니 힘들다는 불평도 하지 않는다.
"헤매는 걸 두려워도 말고, 답을 못 찾는 걸 조급해하지도 말고, 조급함에 못 이겨 성급한 답을 내리지도 말고, 네 방식대로, 네 속도대로 살아도 돼."
-무정형의 삶, 김민철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조금 헤매더라도 아이의 방식대로, 아이가 행복한 걸 찾아가길 바란다. 나는 그저 그런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사람이고 싶다.
#무정형의삶 #김민철